‘’특급 신인‘’들 뜨자 대박의 추억 아른
▲ 올 가을 주식시장에 공기업과 우량 그룹 계열사, 튼실한 중견 기업들이 공모를 진행하고 있어 연초 중시에 불었떤 공몾 여풍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
9월증시 공모 예정 금액은 1조 5000억 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공모주 시장은 연평균 2조 원대였지만 올해는 적게는 3조 원대에서 많게는 7조 원까지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유동적인 이유는 올해 최대 공모기업으로 꼽히는 SK C&C가 아직 시기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가을에 공모에 나선 기업들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낸 곳들”이라며 “지난해 급락장 탓에 상장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몰렸던 상반기 공모주에 비해 체질적으로 더 튼튼하다”고 진단했다.
올 상반기에도 공모주 시장에 열풍이 불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공모주 테마가 큰 관심을 받았다. 바이오 관련주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수천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미 상장된 바이오 관련주들이 동반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모주 열풍이 과열되면서 신규 상장 종목들의 주가가 예상 밖으로 높이 올라간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급락, 후유증도 컸다. 시초가보다 더 떨어진 종목들도 속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34개 종목(코스피 5개, 코스닥 29개) 가운데 지난 8일 종가가 시초가에 못 미치는 업체가 24개(70%)에 달한다. 지난 3월 31일 상장한 네오피델리티는 공모가 4500원 대비 697% 급등한 3만 585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만 6000원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7∼8월 상장사들은 대체로 공모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상장한 동국S&C는 공모가 1만 1000원보다 8.18% 하락한 1만 100원에 머물고 있다. 에스앤더블류(8월 5일)와 게임빌(7월 30일), 대우캐피탈(6월 25일)도 현재 주가가 시초가와 공모가를 모두 밑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공모에 쏠리면서 일시적으로 ‘버블’이 형성된 뒤 점차적으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공모주 시장은 상반기 일시적 과열에서 최근 침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9월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달 들어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4개를 포함해 코스닥시장까지 11개사다. 지난 8월 3개, 7월 2개와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월평균 5개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코스피지수가 1600포인트 선에 안착했고 경기 저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일시에 상장을 확정지은 것이다.
공모 시기를 잘못 선택할 경우 예상했던 공모대금과 수천억 원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특히 상장된 이후 시초가 결정과 그 이후 주가 관리도 증시가 오를 때 상장하는 것이 실보다는 득이 많다. 최광석 대신증권 기업금융팀장은 “제도적으로 반기 결산을 마친 이후에 회사들이 청구한다”며 “일반적으로 지금 주식 시장이 좋기 때문에 증권사로서도 리스크(위험)를 적게 가져가기 위해서 최근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코스닥은 중·소형주가 중심이었던 반면 가을부터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대형 우량주들이 공모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9월 공모 예정 기업 중 최고의 스타는 소주회사 진로다. 오는 20~22일 청약을 거쳐 30일 거래소에 상장된다. 진로의 최대주주는 하이트홀딩스로 지분 55.4%를 보유하고 있다. 진로의 전체 공모 규모는 7700억∼8600억 원대로 지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생보사 상장 1호’를 예약한 동양생명은 29~30일 청약을 받아 10월 초 상장한다. 동양생명의 공모 물량도 3400억~4400억 원에 달한다. 동양생명의 지분을 갖고 있는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메이저, 동양캐피탈 등은 재무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시에서 관련주의 수혜 전망이 예상되면서 주가도 움직이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도 생보사 상장 관련 수혜주로 인식되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이면서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시평) 6위인 포스코건설도 이르면 10월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포스코건설은 비상장 건설사 중 시평(사공능력평가)순위가 가장 높은 회사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10만 6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상장시 공모가는 10만~12만 원, 공모 규모는 1조 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최대주주인 포스코의 지분율이 89.53%에 달하는 데다, 포스코건설의 장부가가 주당 3만 4000원대여서 상장할 경우 포스코가 적지 않은 상장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가을 공모주 시장에서 또 다른 특이점은 공기업 민영화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0월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희망 공모가는 3만 6900~4만 5100원으로 현재 정부가 지분 46.1%, 한전이 26.1%, 에너지관리공단과 서울시가 각각 14.0%와 13.8%를 갖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원자력발전소의 종합설계와 원자로계통 설계의 양대 핵심부문을 모두 설계하는 세계 유일의 발전소 설계전문회사다. 이 회사의 2008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72억 원과 201억 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그랜드코리아레저도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다. 강원랜드, 파라다이스에 이어 세 번째 카지노업체의 증시 입성이다. 2005년에 설립된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06년 ‘세븐럭’(Seven Luck)이라는 브랜드의 카지노사업장을 서울 강남, 밀레니엄 서울힐튼, 부산롯데점 세 곳에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 공모시장에는 공기업과 우량 그룹 계열사, 기술력이 뛰어난 튼실한 중견 기업들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초 공모 투자 열기가 다시 한 번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