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디가고 골칫덩이만 ‘끄응~’
정몽준 최고위원은 7선이지만 당내 측근도 세력도 없어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에선 7선의 정몽준 최고위원이 최다선이다. 하지만 당내 측근도 세력도 없어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02년 이후 대선 단골손님이었지만 모두 낙방했다. 그를 두고 일각에선 ‘돈이 많아 뒷방 늙은이 취급은 받지 않겠지만, 큰 정치인으로 우뚝 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현대가라는 점이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지금의 시대상황,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정 최고위원이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파문에 대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은 어제 오늘 비판을 받았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과거의 거의 모든 정권에서 국정원이 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였던 적폐를 깨고 어떻게 하면 국정원이 국가안보 전문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개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일견 의미 있는 주장일지 몰라도 정 최고위원이 그간 국정원 사태에 대해 침묵해 왔고,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정치권은 약한 존재감을 국정원 사태로 반등시키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라리 국정원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한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려는데 대해 따가운 소리를 해야 했다는 이야기였다. “한끗 차지만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MJ(정몽준 최고위원)는 비교불가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6선의 강창희 의원도 있지만 현재 국회의장이어서 ‘당내 어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과 동급인 그가 1년 뒤 평의원으로 돌아오더라도 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5선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6선으로 가지 못하고 스스로 불출마한 것도 결국 “국회의장까지 지낸 사람이 또 공천을 받으려 하느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김 전 의장의 불출마를 두고 섭섭하다는 말보다 “감사하다”, “존경한다”, “현명한 선택” 등의 평가가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의장의 역할은 국회의장직으로 끝이 났다는 이야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5선에서는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이 있지만 그는 비박근혜계, 반박근혜계 인사로 꼽힌다. 당의 절대 다수가 친박계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상식 수준이다. 정치적 존재감이 미약하고, 특히 부산이 지역구지만 부산 내에서도 그에 대한 비토 세력이 있다.
원외지만 서청원 상임고문이 있다. 하지만 그는 ‘검은 돈’을 받아 수감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홍사덕 전 의원도 신망이 두터운 친박 중진이긴 하지만 서 고문과 같은 케이스다. 정세 판단에 능한 한 정치권 인사의 분석을 들어보자.
강창희 의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어른이 없다 보니 집권 여당이 생기도 활력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인다. 정치적 경험이 많은 중진 어른들이 당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며 당 대표감을 찾는다든지, 어느 자리에 안성맞춤이니 한번 노려보라고 옆구리를 찔러왔지만 현 새누리당에선 어느 누구도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현재 당권 주자로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은 김무성 의원 정도인데 자신감 측면에서 도저히 그의 적수가 없어 보인다”며 “현직 국회의원이든 아니든 새누리당 내에서 당권 이후 대권까지 노리는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후보군이 너무 많아서 탈인 민주당과의 미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어른의 역할은 고사하고 ‘당내 골칫거리’로 등장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를 못마땅해 하는 기류도 크다. 국정조사에는 출석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지사의 도리(?)는 다하고 있는 그를 두고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진주의료원 사태로 큰 숙제를 안긴 홍 지사가 당보다는 자신의 인지도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진주의료원 조례안 처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홍 지사 등이 강행처리하면서 “국민에게 당이 들 낯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의 이런 ‘지리멸렬한’ 분위기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우선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부터 내년까지는 정당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정부가 기대치에 부합하느냐 여부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게 된다. 새누리당으로선 되도록이면 정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한 여당 기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이 기조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임무라는 말도 있다.
또 본인의 입으로 “나는 ○○이 될 것이다”라는 말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가발전하거나 언론의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 실제 그 자리를 차지한 예가 이번 정부에서는 거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부류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속설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차기 당 대표감을 이야기하는 언론은 많지만 본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시끌벅적한 여의도 정치를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