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27일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안 일정과 관련해 협의하는 홍사덕(왼쪽) 정균환 총무. | ||
지난 26일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 임명동의안 부결’이 대표적이다. 과거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결의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상정돼 통과된 데 반해, 윤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심전심, 수의 정치’를 통해 부결시킨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통합신당 창당을 위해 민주당을 등진 의원들의 배후에 노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감정적 배신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나라-민주 표결 공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 운영과 관련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노 정권 초기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으로 구속된 박지원 전 실장과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권노갑 전 고문 등이 국감 증인 대상에서 빠지는가 하면,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후원회장 이기명씨, 핵심측근 안희정씨 등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공조’로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는 통합신당 출현이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타깃 개념을 바꿔 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반DJ 정서에 크게 의존했던 한나라당이 주요 타깃을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들로 옮겼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 탄생의 산실이었던 민주당은 신당파가 탈당하고 노 대통령마저 탈당함으로써 ‘야당’으로 전락, ‘적의 적은 동지’라는 등식에 따라 한나라당과 ‘물밑 공조’에 나서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을 탈당한 노 대통령이 당분간 무당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정치권은 ‘정신적 여당’인 통합신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사실상의 ‘일여 대 다야’ 구도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향후 ‘2004년 예산안 통과’와 ‘이라크 파병 문제’ 등 남아 있는 현안을 둘러싸고 ‘이심전심, 수의 정치’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과정 속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물밑교감 또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집권당의 지위를 빼앗긴 민주당과 대선 2연패를 경험한 한나라당 사이에 총선 이후 ‘내각제’를 고리로 한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