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후광 노리고 쓸어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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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련 보락 대표 | ||
최근 들어 거품이 빠진 듯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결혼 발표 이전 주가에 비하면 보락 주주들은 이번 혼사를 통해 적지 않은 재미를 본 듯하다. 더군다나 이번 혼사 발표 이전에 보락 오너일가 인사들 사이에 ‘의미 있는’ 지분 이동이 일어난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상당한 평가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락 오너일가의 주식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보락은 향료 화공약품 식품첨가물 등을 생산·판매하는 중견 식품업체다. 1959년에 한국농산공업으로 설립돼 1989년 주식회사 보락으로 상호를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89년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했으나 증권가에서 크게 주목받는 종목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LG가와의 혼사 발표로 주식시장에서 보락의 위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지난 9월 10일 LG 측이 구광모 씨와 정기련 대표 맏딸 효정 씨가 결혼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보락 주가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날 상한가(15% 상승)를 기록한 보락은 이후 9월 18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식시장 최대 이슈가 됐다.
보락 주가 고공행진에 첫 불을 댕긴 것은 지난 8월 말 발간된 여성지 <우먼센스>의 LG-보락 양가 혼사 최초보도였다. 당시만 해도 LG 측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8월 중순 1800원대에 불과했던 보락 주가는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난 9월 3일 3000원대에 진입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본부는 보락에 대해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다음날 보락은 공시를 통해 ‘당사는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에 대해 기 공시된 사항 이외에는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안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공시에도 불구하고 보락 주가는 무서운 상승세를 그리면서 지난 9월 18일 8860원에 이르렀고 각 기관과 언론은 ‘LG가와의 혼사 특수’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섰다.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9월 24일 현재 보락 주가는 5700원대에 머물러 있지만 결혼 발표 이전 주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배가량 높다.
그런데 보락 주가 고공행진 직전 보락 최대주주인 정기련 대표가 보락 지분율을 늘린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공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7월 31일 친인척 3명으로부터 보락 주식 6만 550주를 매입했다. 당시 보락 주가는 지금보다 현격히 낮은 1580원(종가 기준). 정 대표가 지분 매입에 들인 금액은 1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전까지 정 대표의 지분율은 20.10%였다. 정 대표 친동생인 정수련 씨가 지분율 12.56%로 2대주주에 올라있으며 나머지 친인척 지분을 다 합하면 정 대표 우호지분은 총 45.88%에 이른다. 최대주주로서의 입지는 물론 경영권 유지에 전혀 걸림돌이 없는 상태였던 셈이다. 지난 7월 31일 지분 매입으로 정 대표 지분율은 20.64%로 늘어났다.
구광모 씨와 정효정 씨는 미국 유학과정에서 만나 연분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 오너일가가 다른 재벌가처럼 집안끼리 인연을 통한 혼사보다는 자유로운 연애결혼을 했던 전례를 광모 씨도 따른 셈이다. 광모 씨의 연애과정과 결혼 결정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은 것처럼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정 대표의 지분 매입 시점은 양가의 혼담이 상당히 진척됐을 무렵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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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 식품업체 (주)보락의 전경. | ||
정기련 대표가 지분을 매입한 7월 말 당시 정 대표 명의 보락 지분의 평가액은 4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현재는 100억 원을 웃돈다. 결혼 발표 이전 90억 원 정도였던 오너일가 전체 보유 보락 지분 평가액은 현재 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LG가와의 혼사 특수로 보락 일가의 주머니는 두툼해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효정 씨는 보락 대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새신랑 광모 씨 또한 올 가을 그룹 복귀가 점쳐지면서 지주사 ㈜LG 지분율 변화가 예상됐으나 지난 3월 이후로 아직까지 지분율 4.67%에서 변동이 없다.
보락 주가가 증권가에서 큰 화제가 됐던 반면 기업의 덩치 차이가 큰 만큼 LG그룹 주가엔 그다지 큰 변동이 없었다. 결혼 공식발표가 있던 9월 10일 8만 600원으로 장을 마쳤던 ㈜LG 주가는 9월 24일 현재 8만 원이며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주가도 9월 10일 종가 13만 4000원에서 소폭 하락한 12만 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이번 혼사로 보락 오너일가만 특수를 누린 셈이다.
보락 오너일가의 평가차익 폭이 어찌 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상한가 행진 이후 조정을 마친 보락 주가는 9월 21일 이후로 지속적인 하향세를 그렸다. 7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며 거침없을 것 같았던 보락 주가 상승세를 붙잡은 것은 내부자의 주식 매도였다. 보락은 지난 9월 18일 공시를 통해 황보대호 이사가 2만 주를 장내매도해 보유주식이 3만 8735주(지분율 0.32%)에서 1만 8735주(0.16%)로 줄어들었다고 알렸다.
이날은 보락 주가의 상한가 행진 마지막 날이었다. 이후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9월 21일) 장이 열리면서 보락 주가는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내부자가 차익을 실현했으니 상승 행진은 끝난 것’이란 심리가 증권가에 퍼지기 시작한 셈이다. 9월 24일엔 보락의 주요주주인 GPS 모듈 개발업체 제이콤 외 1인이 보락 주식 33만 1810주를 장내매도했다는 공시가 뜨면서 주가 하락세에 부채질을 했다. 보락은 9월 21일과 23일엔 하한가(15% 하락)로 장을 마감했으며 24일엔 10.94%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