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먹던 그 맛에 인심까지 그대로
▲ 명동할머니국수 정수원 사장이 대표메뉴인 두부국수를 한 젓가락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2007년 작고한 창업자 김귀남 할머니가 말아주는 국수 맛을 잊지 못하는 20~30년 된 단골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명동할머니국수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1958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뒤에서 6.6㎡(2평) 남짓한 규모로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너무 좁아서 점포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서서 음식을 먹곤 했지요. 때문에 ‘서서 먹는 할머니 국수집’이라고 불렸고요.”
정수원 사장은 자신을 2007년 작고한 창업자 김귀남 할머니의 조카사위라고 소개했다. 김 할머니는 친자식이 없어 조카딸인 아내와 함께 30년 가까이 명동의 국수집 운영을 도왔단다.
당시 국수집은 6.6㎡ 남짓한 규모였지만 지금 돈으로 하루에 200만~3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이후에 인근 16.5㎡(5평) 분식집을 인수하게 됐고, 2001년에는 60㎡(18평) 규모의 번듯한 점포로 확장하면서 비로소 ‘명동할머니국수’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고. 국수뿐이던 메뉴도 김밥, 김치볶음밥 등 손님들의 요구에 20여 가지로 늘어났다. 국수 단일 품목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매출은 자연스럽게 400만~500만 원까지 상승곡선으로 이어졌단다.
정 사장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이 한 곳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래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꿔왔다고 한다. 비록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봉원푸드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7년. 그러나 준비는 2003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의욕만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맛을 균일화하고, 운영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지요. 본점을 똑같이 옮겨놓아야만 가맹점도, 본사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고요.”
첫 발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내디뎠다. 임대료 부담이 컸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명동할머니국수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명동 본점의 메뉴와 시스템을 강남 매장에 그대로 옮겨 놨다. 82.5㎡(25평)짜리 점포는 이전 5명의 사업자가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고 철수한 곳이었다. 그 역시 이전 사업자들처럼 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단다.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을 밑도는 날이 이어진 것. 그래도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최적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 불어터진 면은 버리고 새로 면 삶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
어떤 메뉴를 시키든지 대표 메뉴인 미니 두부 국수가 따라 나가고, 부족한 음식을 무한정 리필해주는 ‘퍼주기식 정(情) 서비스’에 손님들은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나자 일 매출은 3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단다. 이후 직영점 4곳을 추가로 개설하고, 육수와 소스 개발에 나섰다. 그는 본점과 직영점에서 고객층별, 시간대별 메뉴 개발은 물론 매장 운영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3년 동안 프랜차이즈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했습니다. 운영 시스템도 문제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의 표준화였죠. 본점과 가맹점의 맛이 다르다는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니까요. 맛을 표준화하는 데 꼬박 3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국수 맛의 핵심인 육수와 소스는 파우치(냉장 주머니)에 포장해 공급하고, 두부 역시 직접 만들어 가맹점으로 보냈다. 국수 맛을 결정하는 재료를 직접 취급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인 것. 식재료를 본사에서 매일 공급하면서 주방도 전체 공간의 7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주방이 줄어든 만큼 홀이 넓어져 매출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준비가 끝나자 2007년 서울 충정로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개업 첫날 국수 가격은 50년 전 가격인 100원. 파격적인 값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본점과 다르지 않은 맛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가맹점도 하나둘 늘어났다. 현재는 명동 본점을 비롯해 총 43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말까지 70여 개의 가맹점 개설을 계획하고 있단다.
정 사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도 마냥 매출이 오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철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란다. 따라서 가맹점주는 4주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모든 메뉴를 직접 조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조리와 서비스, 접객, POS 시스템 운영 등 매장의 전반적인 업무를 능숙하게 익힐 때까지 계속된다고.
“운영자가 조리를 하지 못하는 음식점은 무조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할머니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으면서 조리를 배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할머니의 호된 꾸중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의 명동할머니국수가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그는 지금도 새벽 5시면 명동 본점으로 나선다. 매장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강남에 위치한 본사로 발걸음을 돌린다고. 명동 본점에는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1958년, 할머니가 말아주셨던 두부국수와 비빔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20~30년 된 단골들이 아직도 많다.
정 사장은 “음식점 운영자는 ‘1+1=2’가 아니라 ‘1+1=무한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손님에게 하나를 베풀면 그것이 결국 몇 배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명동할머니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언제나 정이 가득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