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할 거야? 속옷차림 ‘핫이슈’
이효리
가수 이효리를 시작으로 아이비, 그룹 투애니원의 씨엘, 걸그룹 달샤벳, 나인뮤지스까지 섹시미를 앞세운 여가수들이 대거 컴백하면서 노출 경쟁도 뜨겁다. 강렬한 노래 분위기를 살리는 방법으로 과감한 의상을 택하는 가수들이 늘면서 이색적인 ‘볼거리’도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대중음악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의 자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이들 가수들의 주요 팬층이 10대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여가수들이 음악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눈을 둘 곳이 없다’는 지적도 온라인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씨엘
그 경쟁의 시작은 지난 5월에 새 음반을 발표한 가수 이효리다. 3년 만에 5집 음반 <모노크롬>을 발표한 이효리는 신곡 ‘미스코리아’를 부르면서 한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지원자들이 입었던 파란색 수영복을 그대로 입고 무대에 올랐다. 복고풍 분위기에 섹시한 매력을 더한 이효리는 ‘미스코리아’ 등을 통해 음악적인 호평과 함께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뒀다. “의상과 노래가 어울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효리의 성공 여파였을까. 이후 나온 여가수들은 한층 도발적인 디자인의 의상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걸그룹 나인뮤지스, 투애니원 씨엘이 뒤를 이었고 아이비, 달샤벳, 김예림도 최근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이들이 택한 도발적인 의상도 연일 화제다.
단연 인기는 스윔수트다. 씨엘은 첫 솔로곡 ‘나쁜 기집애’를 내놓고 가진 TV 음악프로그램 무대에서 수영복 하의만 입은 듯한 의상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유명 디자이너들과 적극적인 협업 작업을 펼쳐왔던 씨엘은 평소에도 도전적인 패션 스타일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아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속옷만 입은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선택한 의상으로는 과도했다는 이유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예림 선정성 논란 티저 캡처
게다가 신곡 제목인 ‘내 다리를 봐’가 “이상한 상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SBS로부터 방송 불가판정을 받으면서 이런 시선은 더욱 가중됐다. 같은 시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 출신의 김예림은 데뷔곡 ‘올 라잇’을 발표하며 함께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 속이 비치는 팬티 차림으로 등장해 입방아에 올랐다. 소속사 미스틱89는 선정성 논란이 커지자 “신곡의 내용이 ‘여자의 방’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노래의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가수들의 노출 의상을 향한 다양한 시선은 매년 여름마다 나오는 ‘단골 이슈’이기도 하다. 섹시한 의상은 대중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 가장 빠른 선택으로 통하기 때문. 하지만 올해처럼 여러 명의 가수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게다가 비슷한 노출 의상을 선택할 경우 ‘노출 마케팅’이라는 지적은 더욱 가열된다.
아이비
걸그룹 등 가수 여러 명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의 대표는 “오로지 튀기 위해서 야한 의상을 입는 노이즈 마케팅을 가장 먼저 눈치 채는 건 대중의 눈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노래, 무대와 어울리는 의상을 입었는지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매력도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수들 입장에서 의상은 노래만큼이나 각별한 신경을 쏟는 부문이다.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성 강한 비주얼’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최근 대중음악의 흐름과도 맞물려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가요 제작자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뀌는 대중가요의 흐름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팝의 무대가 미국과 유럽, 남미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는 음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함께 가야 하는데 분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건 가수의 의상 스타일”이라며 “여가수들의 노출의상도 보는 음악으로 향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