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빨래방‘’...반응도 뽀송뽀송
▲ 24시간 무인세탁전문점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서경노 사장.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집에 세탁기가 있는데 빨래방에 누가 오겠느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빨래방은 많은 세탁물을 짧은 시간 내에, 그것도 건조까지 해결할 수 있어 다양한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조 서비스는 열풍 건조방식을 통해 100% 건조가 이뤄지는데, 날씨와 통풍 등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뽀송뽀송한 세탁물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어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서경노 사장이 운영하는 세탁 전문점은 무인(無人)으로 24시간 운영되는 ‘셀프 빨래방’이다. 세제투입에서 세탁, 헹굼, 탈수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대형 전자동 세탁기와 살균과 건조기능의 대형 건조기, 여기에 동전교환기와 세탁용품 자판기 등이 갖춰져 있어 관리자가 필요하지 않단다. 물론 점주의 희망에 따라 관리자가 상주하는 경우도 있다.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점포는 무인점포에 비해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 사장은 1996년부터 월풀 메이텍 등 해외의 유명 가전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해외가전제품대리점을 운영해왔다. 그런 그가 2002년 빨래방으로 창업시장에 발을 내디딘 것은 국산 가전제품의 기능이 향상되면서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 대리점 운영이 예전 같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모색하던 그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은 해외 출장길에 자주 접했던 셀프 빨래방이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선 셀프 빨래방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집에다 고가의 세탁기를 들여놓을 수 없는 저소득층과 독신가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셀프 빨래방을 손쉽게 이용하고 있어요. 주말이나 평일 늦은 저녁시간 무인 빨래방에 설치된 세탁기에 동전을 넣고 물세탁을 하는 광경이 낯설지 않죠.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이 늘어가는 우리나라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렇다고 국내에 빨래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등장했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것. 돈을 주고 일부러 빨래방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점포에 들여놓은 세탁기에 있었다. 용량이 작은 가정용 세탁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세탁에서 건조까지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고, 여러 사람이 사용하다보니 쉽게 고장이 나는 것도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는 대량 세탁이 가능하면서 고장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D 사와 독점거래계약을 맺고 상업용 세탁기와 건조기를 들여왔다. 그리고 2002년, 1억 원을 들여(보증금 2000만 원, 세탁장비 및 인테리어비 8000만 원)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이면도로에 50㎡(15평) 규모의 셀프 빨래방을 열었다. 빨래가 쉽지 않은 하숙생과 자취생을 타깃으로 10㎏ 용량의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료를 각각 2500원으로 책정했다.
그는 빨래방의 장점을 최대한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판단, 개업 첫날 무료세탁 서비스를 실시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무료로 세탁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 세탁과 건조가 한 시간 내로 이뤄지고 품질에도 만족하면서 무료 세탁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이용객이 줄을 이었다. 한 달 순수익이 100만~15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학생들의 이용이 잦아지자 주변 상가 이용객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건과 운동복 등 대량 세탁물이 발생하는 목욕탕과 피트니스클럽, 미용실, 식당 등에서 정기적인 세탁을 문의해왔다. 서 사장은 세탁 단가를 낮추고 수거와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고정 거래처 확보에도 성공했다. 대량 세탁물은 손님이 뜸한 오전에 세탁 작업을 실시, 오후에 납품을 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100만~150만 원 상당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
이후 신림동 고시촌 인근에 개설된 2호점 역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4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현재 아현동과 방이동에서 운영 중인 직영점은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되는데 각각 200만 원 정도의 순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층도 달라졌다. 전에는 세탁기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면 지금은 이불과 같은 대형 빨래를 세탁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불 같은 대형 빨래의 경우 기존 세탁소를 이용한다면 1만 5000원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 셀프 빨래방에선 절반 수준인 8000원만으로 세탁에서 건조까지 끝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서 사장은 셀프 빨래방 사업의 장점으로 비싸고 좋은 입지가 필요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로변 점포의 경우 오히려 손님들이 빨래를 들고 다니기가 민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호점처럼 이면도로에 위치한 월세 60만~70만 원선의 50㎡(15평) 내외 점포가 적당하단다. 주변에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편의점이나 식당이 있으면 금상첨화.
현재 가맹점 수는 53개. 가맹사업 8년차에 가맹점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서 사장은 “독특한 아이템과 손님들의 꾸준한 이용에 창업 문의가 이어졌지만 가맹점 개설로 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는, 이른바 대박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가맹 10호점까지는 별다른 홍보 없이 이용객과 지인을 통한 소개로 가맹점이 개설됐단다.
그는 “무인 셀프 빨래방은 점포와 인건비 등 투자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매출도 큰 편이 아니다”라면서 “편리한 운영과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는 사람에게 적합한 사업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초 액체 세제가 자동으로 투입되는 기기를 개발, 무인 운영의 편의성을 더욱 높이는 등 사업의 성장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내실을 다지면서 걸어왔지만 앞으로는 토끼처럼 뜀박질을 할 계획입니다. 올해 말까지 60호점, 내년에는 100호점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갈 겁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