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스타일 어째 불안불안
신동빈 회장과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는 무리한 M&A로 부채 비율이 크게 늘었다. 일요신문 DB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에도 땅을 팔지 않았던 롯데의 꿋꿋한 땅 욕심이 사그라지기 시작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한 지난 2008년부터다. 신 회장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 아래 2008년 롯데마트 3개 점포를 팔아 2200억 원을, 지난 2010년 롯데백화점 1개 점포와 롯데마트 5개 점포를 팔아 6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부동산 매각이 1조 원 이상의 엄청난 규모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부동산을 통한 유동화 작업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9년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 2010년 GS스퀘어에 이어 지난해 하이마트까지 인수하면서 덩치를 더욱 키웠지만, 그에 비례해 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M&A 폭식’ 탓에 50%대를 유지하던 부채비율은 70% 수준까지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 하이마트 인수는 신용등급 하락까지 불러 왔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직후 ‘A3’이었던 이 회사 신용등급을 ‘Baa1’로 끌어내린 데 이어 차입금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 하향까지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소위 롯데그룹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 신용등급 하락에 신 회장이 커내 든 카드가 바로 부동산을 통한 자산 유동화였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 회장이 사업의 지속적 확장을 위해서라도 어차피 한 번쯤은 부채를 털고 갈 수밖에 없었는데, 신용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 이었다”며 “이번 대규모 부동산 매각 결정은 신 회장의 조속한 재무구조 개선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비전에 맞춰 2010년 이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22일에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복합쇼핑몰 ‘롯데쇼핑 에비뉴점’을 오픈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신격호 회장님 경우 현금을 직접 보내 해외 지사를 설립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늘 현금 보유율을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며 “영국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했던 현재의 신 회장님은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그때 그때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세일&리스백도 그중 하나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