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맞고 꽉꽉 막고 ‘아이고 살 떨려~’
연합뉴스.
올 시즌 류현진은 만루 상황에서 9타수 무피안타를 기록하는 등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 7타수 이상을 상대한 투수 45명 가운데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선수는 7명뿐이다. 류현진이 만루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볼 카운트 싸움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만루 상황에서 상대한 9명의 타자 가운데 6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으며, 초구 볼이 된 세 차례 중 두 명의 타자에는 2구째에 스트라이크를 집어넣거나 방망이를 끄집어냈다.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류현진이 맞이하는 위기의 빈도가 매우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전까지의 최근 3경기 동안 자신이 마운드에 오른 19번의 이닝에서 무려 10번이나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같은 기간 피안타율은 .316까지 치솟은 상황이며,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역시 무려 1.71을 기록하고 있다.
스트라이크 비율 역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4월 65.8%의 스트라이크 적중률을 보였던 류현진은, 5월 63.4%에 이어 6월에는 63.1%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삼진/볼넷 비율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데, 첫 달 4.6을 기록했던 삼진/볼넷 비율은 5월 1.75에 이어 6월 1.55까지 낮아졌다. 최근 3경기에서는 8볼넷-8삼진이었다.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다저스 류현진이 호투하고 있다. 사진출처=LA다저스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현재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85로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18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류현진의 WHIP는 1.22로 49위에 머물러 있으며, 평균자책점 30위권 선수 가운데 1.2 이상의 WHIP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류현진, 크리스 메들렌(애틀랜타) 그리고 호르헤 데 라 로사(콜로라도) 세 명뿐이다.
LA 에인절스전 완봉승 이후 애틀랜타 전에서 정점을 찍은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이후 계속해서 하향세를 타고 있다. 지난 양키스전을 비롯한 원정 경기에서는 직구 평균 구속이 90마일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또 다시 그의 체력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하고 있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이동거리와 피로도는 누적되기 마련이며, 본인 스스로 부담을 느낀다고 밝힌 4일 휴식 후 등판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은 분명 빼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으며, 지나치게 자주 맞이하는 위기 상황은 류현진의 피로도를 증폭시킬 수 있다. 최근 경기에서 류현진의 피안타율과 WHIP는 평균자책점과 상극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삼진/볼넷 비율은 투수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가장 요긴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류현진이 잇따라 위기에서 탈출하는 모습은 반가운 부분이지만, 그 이면에 다소간의 불안감도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