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힌 돌 굳히기냐 굴러온 돌 파워냐
▲ 서울 남대문2가의 KB금융지주 사옥 입구. 박은숙 기자 | ||
12월 3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세 명의 회장 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강정원 행장과 김병기 포스코 사외이사,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회장 후보에 올랐다. 민간 출신인 강정원 행장과 관료 출신인 김병기 이사, 이철휘 사장 간의 삼각 구도가 됐다. 회추위는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내년 1월 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이 초반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국민은행장으로 5년 동안 별 탈 없이 재임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강 행장은 황영기 전 회장 퇴임 직후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어수선했던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여기에 KB금융이 과거에 실패한 적이 있는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강 행장이 KB금융 사외이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하지만 과반인 5표만 얻어도 만장일치로 추인한다. 그만큼 사외이사의 의견이 회장직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것이다. 초대 회장 인선에서 강 행장을 지지했던 4명의 사외이사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는 부분이 큰 의미를 가진다. 일부에선 조담 이사회의장과 변보경 사외이사 등을 ‘친 강정원계’ 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을 마냥 믿을 수만은 없다. 강 행장으로서는 ‘1년 전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행장이 맞붙은 초대 회장 선거에서 막판 역전극이 벌어진 것. 이사회와 친분을 다지고 있었던 강 행장이 5표를 얻어 인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황 전 회장이 5 대 4로 역전시킨 것.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황 전 회장이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사외이사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왼쪽부터 강정원 행장 이철휘 캠코 사장 김병기 포스코 사외이사. | ||
강 행장과 맞붙는 이철휘 사장과 김병기 사외이사는 만만치 않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재무 관료(행정고시 17회)로 사회에 발을 디딘 이철휘 사장은 재무부 등 경제부처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통 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캠코 사장에 취임해 효율성을 강조하며 공기업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장은 ‘MB 집사’로 불리는 청와대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매제이기도 해 ‘친 정부’ 인물로 분류되는데 그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권 요직 인사 때마다 이름이 거론돼왔다.
김병기 이사는 행정고시 16회 출신으로 재경부 국고국장과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직생활을 정리했고 지난해 3월에는 포스코 사외이사가 됐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친 정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친 MB 성향 두 후보의 추격에도 KB금융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KB금융은 취약한 해외 및 외환부문을 보완하고 업계 1위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강 행장은 3년 전 외환은행 인수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어 사외이사들이 이러한 점에 플러스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 정부와 친분이 있는 외부 인사보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내부의 생리를 알고 있는 인사가 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