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레이스엔 ‘마라톤 전략’ 세워라
▲ 지난달 27일 두바이 쇼크에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5.02포인트(4.69%) 내린 1524.50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금융관련 업체 직원이 모니터를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 ||
두바이 쇼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루머는 시장을 위축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증시 시세판을 보고 있던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종가는 1569.72로 마감해 김정일 사망설은 장중에 잠깐 영향을 미쳤을 뿐이었다. 이는 지난해 메신저로 한 번 돌았던 루머가 ‘재탕’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루머 유포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이날 바로 조사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장면#2>‘두바이 쇼크’의 그림자는 사라졌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언처럼 투자자들은 여전히 향후 유럽 금융시장을 우려의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2007년 초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미국에 한정된 금융 리스크로 판단했고, 글로벌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100년 만의 위기에 비견되는 금융공황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두바이 쇼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유독가스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광부들이 애용했다는 카나리아처럼 증권가에서는 ‘제2의 두바이 쇼크’를 미리 감지할 만한 지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흥국가에 대한 신용 위험의 전이 가능성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경제 지표들에 유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면#3> 전 세계 선진 국가들의 정부와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금 사재기가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금을 대량 매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0억 원어치나 구매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두바이 쇼크로 인해 달러화가 반짝 강세를 보이자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조정은 하루뿐이었다.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온스당 1200달러를 돌파했다. ‘21세기판 신골드 러시(New Gold Rush)’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금값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금값 상승세의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있다. 달러 약세는 당분간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언젠가 미국 경기가 회복돼 달러 강세가 오면 금값이 약간 조정을 받겠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고 금값은 점진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금이 주식·부동산·채권과 함께 4대 투자 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당신은 위 세 장면 중 어떤 내용에 눈길을 가는가. ‘장면#1’의 경우 내년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장중 김정일 사망설을 퍼뜨린 세력들은 급락을 이용해 저가에 주식을 추가로 매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물을 이용해 차익을 노리기에는 이익이 크지 않고 금융당국의 감시망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면#2’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의 ‘더블딥’(Double Dip·경기상승 후 재하강) 가능성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다. 주식 투자자이지만 언제든지 주식을 내다 팔 수 있는 이들이다. ‘장면#3’의 경우라면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주식시장이 급락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같이 세 부류의 투자자들은 요즘 주식시장을 정확히 3등분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무줄처럼 팽팽하다. 내년 증시 전망이 엇갈리고(<일요신문> 916호 보도)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이 같은 다양한 경제·금융시장의 변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쇼크 이후 코스피지수는 단기간에 제자리를 찾았지만 국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 가능성에는 큰 영향을 줬다. 미국의 경제가 침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런 회복세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에 3.5%의 성장을 회복했지만 경기가 내년 초에 다시 침체로 빠지는 이른바 ‘더블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
두바이 쇼크는 또 퍼져가던 ‘한국경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낙관론 일색이었다. 한국의 전기 대비 실질 경제성장률이 2분기 2.6%에 이어 3분기 2.9%로 발표되자 한국경제는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평가를 받았다. 재고조정 등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면 3분기 성장률은 0%인데도 낙관론은 갈수록 확산됐다.
그러나 두바이 쇼크는 이런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두바이 사태가 갖는 폭발성은 크지 않더라도 이 사태로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부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에는 더블딥은 아니더라도 성장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며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지뢰’가 터지면 세계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2의 두바이 쇼크’를 미리 감지할 만한 지표로는 뭐가 있을까. 우선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은행 간 조달금리인 리보금리가 있다. 미국 달러화 기준 리보금리가 급등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험에 처했다는 첫 신호가 될 것이다.
또 두바이 쇼크로 지난 10월 7일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채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의 선호 심리 부각과 더불어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국제적인 자금 흐름에 투영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유럽 신흥국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변동 여부도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자산 편중 여부를 감지한다는 의미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의 추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인포데믹’(정보전염병) 현상이 종종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포데믹은 인포메이션(정보)과 에포데믹(전염병)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대중 사이에 급속히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주식시장처럼 수급구조가 불안하고 투자심리가 취약할 때, 불확실한 루머에 심하게 흔들릴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목표를 세운다면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