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서 숭늉 찾다 망신살만 ‘톡톡’
최문기 미래부 장관.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미래창조과학부는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다. 하지만 창조경제에 관한 개념이 모호해 미래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홍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이버 박람회 역시 하루 만에 일이 틀어지면서 의구심을 보탠 경우다. 미래부 소속 창조경제기반담당관은 “홈페이지를 공개한 이후 안팎으로 홈페이지 가독성 문제가 지적돼 잠시 연기된 것”이라며 “조만간 다시 박람회를 열어 창조경제 사례를 계속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이버 박람회 개최 당시 공개된 창조경제 사례는 처음 밝힌 대로 42개가 아닌 15개에 불과했다. 사례가 미확정된 상태에서 일단 박람회부터 강행한 셈이다.
최초 공개된 창조경제 사례들 역시 중소·벤처기업가들의 특허 기술과 연계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설문조사 서비스, 모바일 리워드 광고플랫폼, 소셜 번역 콘텐츠, 소셜 다이어트 서비스, 걸으면서 기부하는 어플리케이션 등 지나치게 IT(정보기술) 쪽에 집중돼 있다.
원래 미래부에서는 CJ·LG전자·한미IT·효성, 4개 대기업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와 중소·벤처 기업 등의 협업 사례 등을 함께 소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워낙 급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시일에 맞춰 사례를 제출한 기업들이 별로 없었다는 후문이다.
LG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몇몇 기업에서 미래부 측으로부터 창조경제 사례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기업 입장으로서는 주먹구구식으로 들어가기보다 시일을 두고 프로젝트처럼 진행해야 하는 일이다. 정부부처에서 상명하복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솔직히 창조경제 모델로 ‘카카오톡’이나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할 때부터 다분히 언론용이구나 생각했다”며 “실제 창조경제 사례로 채택된다고 해서 미래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준다거나 그런 약속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8일 오픈한 ‘창조경제 사이버 박람회’ 사이트가 엉성한 준비 탓에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 장관은 당초 미래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김종훈 미국 벨연구소 명예회장이 낙마한 이후 긴급 수혈됐다.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청와대에서 임명을 강행했기 때문인지 청와대 눈치를 너무 본다는 것이다. 앞서의 미래부 관계자는 “최 장관이 단기간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가다간 계속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 장관이 청와대 최순홍 미래전략수석과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과 장관은 엄연히 업무 분야가 다른데 그런 시각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청와대와 미래부가 소통이 잘 안 되다보니 미래부가 창조경제 프로젝트에 관해 전권을 쥐고 운영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방위 소속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로 두는 분위기인 것은 확실한데 그 이후에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면서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창조경제가 정권 이미지 창출용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