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칼바람…주인 잘못 만난 죄?
비록 2003년 프라임그룹이 한컴을 인수하면서 5년여 동안은 안정세를 유지하는 듯했지만 이어진 프라임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순간에 매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한컴은 ㈜셀런에 매각돼 제 자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암초를 만났다. 검찰이 한컴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임진섭)는 지난 1월 22일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서울 광진구 프라임 테크노마트 건물 14층에 위치한 한컴 사무실에서 회계장부를 확보하는 한편 한컴 김영익 대표이사(40)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총 21박스에 이르는 압수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영익 대표는 한컴의 자금 수백억 원을 모회사 ㈜셀런에 부당한 방법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1999년 설립된 ㈜셀런의 김영민 대표이사(43)는 한컴 김 대표의 친형이기도 하다.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출신인 김영민 대표는 TV셋톱박스 사업으로 출발해 지난 2005년 3월 ㈜셀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2007년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는 등 ㈜셀런은 최근까지 왕성한 M&A(인수·합병) 활동을 벌이며 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9년 7월, 검찰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한컴이 매물로 나오자 ㈜셀런은 계열사 셀런에이치를 전면에 내세워 한컴 인수전에 들어갔다. 당시 셀런에이치는 프라임그룹이 가지고 있던 한컴 지분 28%와 경영권을 모두 합쳐 총 520억여 원을 투자, 마침내 인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해 8월 김영익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셀런에 인수된 후 한컴은 오랜만에 주식시장에서 안정세를 이어갔다. 최근 직원·주주들은 ‘한컴오피스2010’ 출시를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난 1월 22일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컴은 다시 한 번 난기류를 만난 셈이다. 게다가 한컴의 검찰 수사 배경에 대해 정확한 내막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또 다른 의혹이 있는 것 아닌지 각종 구설에 휩싸이고 있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이 한컴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1월 초의 일이라고 한다. 당시 한컴 김영익 대표이사와 모기업 ㈜셀런의 김영민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의혹을 담고 있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는 것. 이후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는 압수수색에 나서기 전까지 관련 의혹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내사 과정에서 한컴 측의 회사자금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타 계열사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1일 벌였던 압수수색은 해당 혐의를 입증할 자료 확보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당일 한컴 사무실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셀런 김영민 대표이사의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총 300억여 원의 돈이 한컴으로부터 ㈜셀런 측으로 흘러들어간 혐의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7월 한컴 인수를 위해 조달한 부채가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부채를 갚기 위해 한컴 내부 자금을 ㈜셀런에 유입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은 한컴의 자금이 모기업 ㈜셀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여러 계열사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한컴으로부터 ㈜셀런 외에 계열사인 삼보컴퓨터 등에 90억여 원의 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자금 흐름 외에 검찰은 또 한컴의 김영익 대표가 개인적으로 회사자금을 사용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계자료 분석 과정에서 지난해 7월경 35억 원 당좌수표 1장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상태. 검찰 관계자는 “없어진 35억 원이 계좌추적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계좌에서 발견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자금의 일부를 김 대표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는지 확인 중이다”고 전했다.
이런 검찰 내사에 대해 한컴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한컴은 지난 28일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 공시를 통해 “검찰의 내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이사 등의 횡령사실은 전혀 없으며 불법적인 관계사 대여도 없다”며 “이미 셀런 측에 대여했던 금원은 상당 부분 상환되었고 상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컴 관계자는 “공시 이외에는 할 말 없다”고 말했다. 함컴 관계자는 “공시 이외에는 할 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련 수사에 대해 과거 프라임그룹의 비자금 수사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과거 프라임그룹 수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건으로 개인 고소에 의해 이뤄진 것일 뿐”이라며 해당 소문을 일축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