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직장인, 퇴직금 빼쓰지 말고 넣어둬~
당장 10만 원도 아쉬운 서민들은 그 광고를 보고 ‘아 빨리 노후대비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처지에 무슨…’이라며 체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듯하다. 그러나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국민연금을 넣고 있고, 퇴직금이 적립되고 있다면 이미 노후대비의 절반은 하고 있는 셈이다. 노후대비는 막연히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3중 노후대비 체제가 완성돼 있다. 정책적으로 은퇴 후 소득대체율(퇴직 전 소득 대비 현재 소득)은 국민연금 40%, 퇴직연금 20%, 개인연금 10%를 목표로 한다. 통계청의 2007년 도시가계조사에 따르면 은퇴 이후 필요한 자금은 은퇴 직전 소득의 65~75%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내 연금 알아보기’에서 지금까지 납부한 액수와 65세 후 받을 연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9%를 납부하게 되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잡고 있다. 재정고갈의 우려로 처음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50%로 낮아진 데 이어 2009년부터는 매년 0.5%씩 내려가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조정됐다. 공단에 따르면 “ILO(국제노동기구) 권고기준인 4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는 늘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으로 소득의 40%는 받을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될까. 이 40%마저도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 납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얘기다. 보험개발원 류건식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는 평균 26세부터 54세까지 28년을 일하고 24년(평균수명 78세 기준)의 노후를 보내야 한다. 이럴 경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2.8%, 퇴직연금 12.6%, 개인연금 9.7%로 총 소득대체율은 45.1%에 그친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고 조롱 받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건강보험처럼 공적부조 개념으로 고소득층일수록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반면, 저소득층일수록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서민들의 경우 국민연금은 사적연금과 비교했을 때 납부액에 비해 많은 액수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납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납부를 거부하고, 개인연금에 납부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퇴직연금은 과거 회사 내에 적립하던 퇴직금을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하도록 한다는 점과 연금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퇴직금제는 중간정산, 이직, 회사 도산으로 연금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노후대비 차원에서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회사 차원에서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이직시 퇴직금 수령 대신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개설해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때 만약 ‘퇴직금 직접 받아 IRA 개설해야지’ 하는 생각에 퇴직금을 수령해 버리면 세금이 부과되어 버린다. 이를 피하기 위해 먼저 은행에서 ‘0원 신규’로 IRA 계좌를 만든 뒤, 퇴직하는 회사에 ‘퇴직금 이연 신청’을 하면 회사에서 바로 IRA로 퇴직금을 입금한다. 이렇게 연금화하면 세율도 크게 낮아져 이득이다.
개인연금은 은행의 연금저축, 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 보험사의 연금보험이 있다. 연금상품은 최소 10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55세 이상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소득공제가 가능하며, 소득공제를 받지 않은 경우는 연금 수령 때 금융소득종합과세(연 4000만 원 초과시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금 수령 때 본인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것 같으면 소득공제를 받지 않는 편이 절세효과가 있다.
개인연금은 빨리 가입할수록 이익이다. 이른바 복리 효과 때문이다. 100만 원을 연 5% 복리로 금융기관에 맡길 경우 1년 뒤에는 ‘100만 원×(1+0.05)’, 또 1년 뒤에는 ‘(100만 원×1.05)×1.05’가 된다. 여기서 ‘찾는 금액=원금×(1+이자율)기간’이라는 공식이 나온다. 이 공식에 따라 100만 원을 맡겼다면 20년 뒤 원리금은 265만 3298원에 불과하지만, 30년 뒤에는 432만 1942원이 된다. 만일 다른 사람보다 10년 먼저 100만 원을 은행에 맡겼다면 은퇴 때 63%를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당장 살 집 마련하기도 힘든 판국에 20~30년 장기로 돈을 굴려야겠다는 판단이 안 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집을 사고 나면 아마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자녀 교육비 등에 허덕일 것이다. 지금 당장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인 10만 원을 매월 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주의할 점은 노후대비를 한답시고 많은 금액을 장기상품에 넣었다가는 당장의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기 때문에 늘 단기(당장 찾아 쓸 수 있는 돈), 중기(1~3년 이내), 장기(3년 이상)로 돈을 나눠서 운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보장성 보험에 비해 가입시키기 쉽다는 이유로 연금보험이 많이 판매되지만,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의 2009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1999년 판매된 연금보험의 10년 가입유지율은 생보사 19.3%, 손보사 30.4%에 그쳤다.
당장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집 사고 자식 키우다 보니 남은 것은 집 하나뿐이라면 2007년 7월 도입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에 주목해보자. △주택가격 9억 원 이하(시세 기준, 오피스텔 상가주택 등은 불가) △배우자 모두 60세 이상(한 명이라도 60세 미만은 불가) △1세대 1주택 소유자의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타 쓰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 모두 사망 때까지 소유권이 인정된다. 예상보다 일찍 사망할 경우 연금총액이 집값에 못 미치면 차액을 상속인에게 지급하며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부여한다.
주택가격 3억 원, 60세 가입 기준으로 월 70만 9000원이 사망 때까지 보장된다. 부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오래 살수록 이익이다. 노후대비로는 좋은 제도지만 자녀들에게 집 한 채라도 물려주길 바라는 정서와 자녀들의 눈치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주택연금 가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