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타내 대기업에 떡값 줬나
경남 김해의 자동차 생산 설비업체 A 사는 종업원 50여 명의 중소기업으로 인근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도급 하청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2006년 8월부터는 ‘지역산업중점기술개발사업’ 등 국책연구사업 업체로 선정됐고 4개 연구과제를 맡아 지금껏 수억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는 등 탄탄한 회사다. A 사의 2009년 말 기준 매출액은 96억여 원이었다.
이런 A 사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내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연말. 당시 창원지검 특수부에서는 A 사 대표이사 서 아무개 씨가 정부출연금과 공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1월 중순까지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월 12일 검찰은 A 사 사무실과 서 대표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이 과정에서 서 대표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 대표는 지난 2006년 8월경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국책사업 관련 4개 연구과제를 맡아 회사가 받아왔던 정부출연금 중 2억 5000만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회사자금 13억여 원을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주로 주 거래업체와 위장거래를 통해 돈을 횡령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업체를 통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를 정부출연금에서 지출된 것처럼 위장하거나 회사에서 하청업체로 정상적인 지출을 한 것처럼 꾸며 그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해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서 대표가 수년 전 공장부지 매각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실제 매매가보다 낮게 신고해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혐의로 검찰은 지난 1월 22일 서 대표를 구속하는 한편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서 대표가 횡령한 금원 중 일부가 원청업체 직원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업체인 대기업 계열 B 사 측 직원들에게 하청을 따내기 위해 서 대표가 직접 금품 로비를 펼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 2009년 5월경 한 완성차업체 자동차공장 조립라인 일부 공정을 하청받기 위한 명목으로 원청업체인 B 사 대리 정 아무개 씨에게 총 3회에 걸쳐 6000만여 원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검찰은 또 최근 A 사 관련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정 씨 이외에 B 사 측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하청을 따내려고 로비를 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대리급 인사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계좌 거래내역에서 의심이 가는 부분을 상당수 발견해 수사를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A 사와 B 사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A 사 관계자는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고 B 사 관계자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없고 답변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