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 회장. 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16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STX 측에서 그런 사실을 문의해 온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사 종결이 아닌 내사 진행 중”이라며 “내사 상태라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정확한 답변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코레일이 지난해 파키스탄에 144억 원 규모의 중고 철도차량 10량 수출 및 차량유지보수 컨설팅 사업의 일부 사업 하청업체로 참여한 (주)STX가 코레일의 비자금 조성을 공모했다는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사업 주체가 S 사에서 (주)STX로 갑자기 바뀐 사실에 주목하며 코레일과 (주)STX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는 한편 차명계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계좌 추적까지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제보자는 기자와 만나 “강덕수 회장이 경영실패는 물론 법적·도덕적 책임까지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STX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말쯤 코레일 해외 철도사업 특혜 의혹으로 (주)STX 기계플랜트 팀장이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게 전부”라며 “강 회장에게 무리한 투자로 인해 경영 부실을 초래한 책임을 묻는 것이면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일 뿐인데 설령 비자금 조성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 돈이 누구의 돈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관계에서 STX그룹 지원에 안달이 난 것은 강 회장의 로비가 바탕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STX중공업이 수출입은행 부행장 출신 인사를 PF(프로젝트 파이낸싱)담당 임원으로 전격 영입하면서 재계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현직 국책은행 부행장이 거래 기업체 임원으로 이직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야 할 것 없이 강 회장과 관계를 맺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없다고 알고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STX그룹 공중분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금융당국 등에 시급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TX그룹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기업이라는 이유와 고용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들어 주로 부산·경남 지역구 의원들이 산업은행 등에 우리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그동안 강 회장은 고졸에 샐러리맨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 기득권 재벌에서는 강 회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지니까 이번 기회에 강 회장이 다시는 재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려고 온갖 억측과 소문을 확대 재생산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TX그룹은 지난 5월 STX건설에 이어 6월엔 STX팬오션까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엔진의 조선 계열사 3사와 오너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는 (주)STX 및 포스텍 총 5개 회사의 경우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이미 재계는 물론 STX그룹 내부적으로도 강 회장이 공중분해 수준으로 새롭게 축소 재편될 STX그룹에서 오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퇴사자가 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최근에는 STX팬오션 전직 임원이 별도의 해운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일부 직원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간단치 않다. 장 아무개 전 STX팬오션 실장이 자체적으로 외항 선사를 만들기로 하고 일부 STX팬오션 영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를 위해 접촉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영업 담당자들이 이동할 경우 화주들도 같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현직 직원들의 별도 회사 설립이 STX그룹의 회생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선사 신설 배경에 지난해 12월 석연치 않게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진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해운사 설립 추진 주체는 STX팬오션에서 실장을 지낸 준 임원급 인사로 부하들의 신망을 얻은 인물로 알고 있다”며 “10여 명의 직원들이 여기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