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날개’ 힘이 차니 ‘황금알’이 절로
▲ 맛은 특별하고 가격은 저렴하고. 원칙에 충실한 판매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유상부 사장.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4인 가족이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어른들은 몇 점 먹지 못하고 손을 내려놓기 일쑤죠. 한 마리로는 부족한데 두 마리를 주문하자니 가격 부담이 크고요. ‘그렇다면 한 마리 가격으로 두 마리를 판매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사업 시작의 계기였습니다.”
2003년, 유상부 사장은 2500만 원을 가지고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에 26㎡(약 8평) 규모의 작은 점포를 열었다. ‘티끌 모아 태산’과 ‘바지런히 움직여야 성공한다’는 뜻을 모아 ‘티바’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전에 그는 서울에서 화장품 유통업을 하다가 부도를 맞았다. 재기를 위해 고민하다가 치킨 사업을 결심한 것. 평소 알고 지내던 치킨 가공업체 사장을 찾아가 일을 배우고 싶다고 사정해 3개월 동안 무임금으로 닭고기 절단, 양념, 배송 물류 등을 섭렵했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무 연고 없는 부산으로 향했다. 모라동 골목의 작은 치킨집이었지만 1톤 차량 한 대 분량의 닭고기를 버려가며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개발했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후에도 자금이 여유롭지 않아 조리부터 배달, 전단지 홍보 등 모든 일을 혼자서 진행했단다. 두 마리 제공으로 인한 마진율 문제는 거래처와 100% 현금결제, 선불거래를 통한 대량 구매로 해결했다. 그러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1만 1000원에 두 마리’라는 파격적인 전략이라면 성공은 떼어 논 당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왔다.
“두 마리를 한 마리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하니 냉동 닭이 아니냐, 질 낮은 수입 닭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더군요.”
그는 우선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 무료시식회를 마련하고 다양한 사은품까지 증정하는 등 손님 사로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복구매를 위해 맛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나자 2만~3만 원에 불과했던 하루 매출은 80만~100만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장사가 잘 되면서 5개월 후에는 부산 부암동에 가맹 1호점을 개설했다. 가맹점 역시 하루 평균 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잘 됐다. 1호점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이번에는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개인 치킨 업소와 장사가 잘 안 되는 치킨전문점을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선 것. 그 결과 1년 만에 부산 지역에서만 가맹점이 30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04년 조류독감이 유행하면서 큰 타격을 받는다. 가맹점의 절반이 떨어져나가고 남아있는 점포들도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등 상황이 나빠졌다.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맹점주들이 쓰러지지 말라고, 같이 힘을 내서 버텨보자고 격려를 해주더라고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안정적인 물류공급을 위해 밤에는 화장품 판매를 해가며 자금 확보에 나서기도 했단다. 2년이 지나서야 사업은 다시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그때의 쓰라린 경험으로 그는 가맹점 관리, 가맹점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후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가맹점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질적인 성장을 도모한 결과 2007, 2008년에 다시 찾아온 조류독감 때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단다.
가맹점 수가 50개를 넘어서면서 2005년에는 치킨전문점의 각축장이라고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대구로 진출했다. 대구에서 살아남으면 전국 사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미 진출한 브랜드만 해도 수십 개인 데다 특유의 지역 텃세가 심해 쉽지만은 않았다.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 맛으로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결과 6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현재 대구에만 40개의 가맹점이 개설된 상태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6년 대전·충청지역을 거쳐 2009년 서울로 진출했다. 모든 가맹점에 신선한 식재료를 곧바로 공급하기 위해 서울 충청 경북 경남 4개 지역에 각각 330~990㎡(100~300평) 규모의 물류센터와 가공공장도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물류매출만 100억 원 정도를 기록했다.
유 사장은 “가격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워졌다. 까다로워진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남들과 다른 재료, 특별한 가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생후 33~35일 된 닭을 사용하고, 일반적인 염지(닭에 염분을 투여하는 과정)가 아닌, 속살까지 양념이 맛있게 스며들도록 진공 텀블러 속에서 40분간 마사지를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렇게 가공된 닭고기는 하루 정도 냉장 숙성을 시킨 뒤 냉장 상태 그대로 가맹점으로 공급하고 있단다.
유 사장은 창업자들이 ‘두 마리 치킨’이 과거 저가의 테이크아웃 치킨전문점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숙지하고 접근할 것을 권한다.
“치킨은 반드시 배달이 병행되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은 고객 유동이 편리한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므로 점포 비용이 높아 수익이 악화될 우려가 있지요. 또 닭을 미리 튀겨 내다보니 맛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고요. 두 마리 치킨은 저가이긴 하지만 B급 입지, 소규모 점포로 고정비용을 낮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인이 발품을 팔아 노력을 기울인다면 오히려 알짜 점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