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겨야 산다~ 우린 치킨계의 스타벅스
▲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더후라이팬과 다른 치킨전문점의 차이요? 음식과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 고객과 서비스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남들과 똑같이 하려고 했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정규 사장은 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치킨호프전문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프랜차이즈 사업을 염두에 둔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치킨호프전문점의 주된 고객은 왜 30~40대 남성들인가’라는 의문에서 차별화 전략을 찾아냈다.
“스타벅스를 보십시오. 비싼 커피 값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이잖습니까. 점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20~30대 여성들입니다. 이들이 바로 문화와 식음료 소비의 주류인 것이죠.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치킨호프전문점을 만들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겠다 싶었죠.”
공학도 출신이지만 어려서부터 외식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찌감치 취업보다 창업을 택했다. 창업자금 2600만 원으로 음식점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홍대 앞 지하에 권리금이 없는 23㎡(7평) 남짓한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비어큐브(Beer Cube)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개발하고 가격도 조정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순살 프라이드치킨. 메뉴는 안심과 다리살 단 두 가지로 정했다. 또 기존 치킨집에서 제공하는 식초에 담긴 무는 과감히 빼고 생감자를 직접 슬라이스한 감자칩을 함께 제공했다.
반응은 3개월 만에 나타났다. 장사 안 되던 지하 점포가 어느새 줄 서는 치킨점이 된 것. 일매출도 70만 원을 넘어섰다. 1년 동안의 운영을 통해 그는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음식점 한 곳의 성공과 프랜차이즈 사업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체계화된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우선 음식점 운영을 접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죠.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길은 몸으로 배우는 것이고요. 그래서 한 고기 프랜차이즈 본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취업에는 대학시절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학생 논문 공모 수상 경력이 도움이 됐다. 회사에서 1년간 경험을 쌓았다. 사직서를 내고 다시 홍대 앞으로 돌아온 것은 2006년.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을 했다. 번화가가 아닌 홍대 후문 쪽 주택가 골목에 점포를 마련한 것이다. 이면도로에서 성공을 하면 전국 어디에서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40㎡(12평) 치킨호프전문점에, 튀겨내야 제 맛인 치킨의 특성을 강조해 ‘더후라이팬’(The Frypan)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인테리어는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맞춰 카페처럼 깔끔하고 아늑하게 꾸몄다. 치킨은 조리 즉시 먹어야 만족도가 높은 음식임을 감안, 과감히 배달을 없애고 홀매출에 집중했다.
유동인구가 뜸하다보니 장사가 안 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일매출이 5만~7만 원에 불과한 것. 하루 최저 매상이 2만 4800원을 기록한 날도 있었다. 그는 당장의 매출보다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한 번 방문한 손님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6개월이 지나자 입소문이 나면서 일매출은 50만~60만 원대를 기록했다. 테이블이 5개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나면서 일매출은 1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새로운 도전이 보기 좋게 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홍대는 특이한 아이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의 상권이라는 것. 전국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보다 일반적인 상권에서의 검증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다양한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 건국대 앞 상권. 이번에는 165㎡(50평) 정도로 규모를 넓혔다.
시작은 ‘역시나’였다. 일매출이 10만~15만 원에 불과했던 것. 월세가 400만 원인데 월매출이 400만 원에 그친 때도 있었다. 적자가 이어지자 그는 “직원들의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백화점 요리강사로 나서기도 했었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차별화된 메뉴와 서비스에 일매출이 100만 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
직영점 두 곳이 성공을 거두면서 가맹사업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지만 단골과 기존 창업자를 통해 가맹점 수는 4년 만에 100개를 넘어섰다. 이 사장은 치킨호프전문점의 가장 큰 문제가 손님들이 맥주 한 잔으로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이런 손님들이 많으면 자연히 매출도 떨어진다는 것. 따라서 무엇보다 회전율을 높여야 하는데 맛있는 치킨과 여성고객의 조합이라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저희는 맛있는 치킨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배달을 하지 않고 매장에서 바로 조리된 치킨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죠. 일반적인 치킨호프전문점의 경우 맥주와 치킨의 판매비율이 7 대 3 정도인데 저희 점포는 그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 가맹점의 경우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11회전을 한 곳도 있습니다. 배달을 하지 않으니 인건비도 줄일 수 있고요.”
그는 개업 이벤트나 사은품 증정 등의 행사도 과감히 없앴다. ‘고객에게 영원히 줄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니 가맹점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해 2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이 사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제 목표는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스타벅스처럼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외식기업으로 도약하고 싶어요. 나아가 외식 관련 대학을 설립, 전문교육을 실시해 현재 22%에 불과한 자영업 생존율도 높여보고 싶고요.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겁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