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마른 수건에 꽃을 피울 때’
▲ 600억대 적자에서 흑자를 일군 임인배 사장.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기술력에 스피드를 접목해 기업 대상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파행 사건부터 물어봐야겠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무성의하고 엉뚱한 답변을 해 국감이 중단됐다고 하는데.
▲의원 측에서 2009년 전기화재나 감전으로 인한 부상자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런 건 우리 공사에 바로 보고되지 않는다. 1년 뒤 우리 직원들이 일일이 병원 찾아다니면서 가통계를 내는데 당해년도 자료는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없다면서 실무자한테 물어보라고 한 건데 그리 됐다. 공기업 사장이 죄인도 아니고…. 피감기관장을 무조건 몰아붙이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내가 다시 정치를 하게 되면 나부터 고칠 것이다. 지난 국감 땐 내가 정치 선배라 의원들에게 많이 섭섭했지만 뭐 그 뒤에 만나 서로 사과하고 잘 풀었다.
―공사가 이달(2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고 들었다. 600억 원대 적자 공기업을 1년여 만에 흑자로 탈바꿈시킨 비결이 궁금하다.
▲전 직원이 ‘1초경영’을 이해하고 실천한 결과다. 법적으로 정해진 정기점검 등 수수료만으로 낼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고 공공기관이 수수료를 맘대로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및 기업들과 전기안전에 관한 협약(MOU)을 체결하고 24시간 기업 긴급출동 서비스인 비즈니스콜 제도를 운영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총 700여 사와 MOU를 체결했다. 실적에 반영하는 등 독려했고 전 직원이 열심히 한 결과다.
―보통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전기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굳이 외부에 검사를 의뢰할 일이 별로 없을 듯한데.
▲전기안전에 관한 한 우리 공사 기술력이 최고 수준이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에서 전기사고가 났는데 그쪽 엔지니어들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됐다. 결국 우리한테 연락이 왔는데 출동 1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평상시 긴급출동은 일종의 서비스인데 삼성 측이 놀라고 감동하더라. 삼성에서 지난해 10억 원 정도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도 활발히 추진해 지난해 약 3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오늘도 나이지리아로 나가는 팀이 인사를 하러 왔었다.
―해외진출 사업 중 건축물에 대한 점검은 쉽게 알겠는데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진단’ 분야는 일반인에게 좀 생소할 듯하다.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 대형 선박에는 대규모 전기시설이 들어차 있어 배를 건조하고 인도하기 전 전기안전검사를 해서 보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1위국임에도 전기안전 검사의 경우 최근까지도 외국 선주 쪽에서 원하는 외국 업체에서 도맡아 해왔다. 이게 큰 배의 경우 3억 원 정도 한다. 그동안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이 역시 지금은 우리 공사에 일임해 처리하고 있을 정도로 대외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송배전시설 안전점검권을 가져오겠다”고 공언했었는데 이 부분은 잘 되고 있나.
▲안 그래도 오늘(25일) 저녁 김쌍수 한전 사장을 만나 그 얘기 좀 하려고 한다. 한전이 송배전시설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자기가 본 시험을 자기가 채점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있다. 이게 연간 1000억 원 정도 되는데 올해 잘 조율해 분위기가 되면 내년쯤 국회에 보고해 볼 생각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기업선진화 방안 진행 실적은 어떤가.
▲지난해 정원은 10% 감축했고 조직도 3개 지사를 폐지해 13본부 53지사에서 13본부 50지사로 축소했다. 신입직원 연봉을 14% 줄여 총 111명을 신규 채용했다. 간부직원들은 성과급을 20% 반납했고 이를 통해 청년인턴 40명을 채용하는 등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다. 더 이상 할 게 없을 정도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다른 공기업에 ‘한국전기안전공사만큼만 해라’라고 한다더라.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경영목표는.
▲흑자로 돌아선 만큼 우선 직원 복지후생에 앞장설 것이다. 우리 지사들이 임대사옥이 대부분인데 자가사옥을 6개 정도 마련해 직원들의 사기도 높이고 근무환경 및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신성장동력인 해외사업 확대와 다각화를 위해 공사 창립 36년 역사상 최초로 두바이 쪽에 해외지사 개설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허위검사 부실점검 추방 원년으로 삼아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을 정착시킬 것이다.
―3선 의원 출신이니 정치권, 특히 요즘 심각한 여당 내부 갈등에 대한 견해가 남다를 듯한데.
▲이 얘기 하면 또 정치권에서 욕먹을 텐데…. 여당에 몸 바쳐 일하는 정치인이 없는 것 같다. 의원들하고 스킨십을 많이 해 동화시켜야 하는데 너무 자기 맘대로들 하는 것 같다. 당에 정체성도 없는 듯하다. 대통령 머리 아프겠다는 생각도 들고….
―현 정국 최대 화두인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전망은.
▲개인적으로 수정안이 맞다고 본다. 사실 과거 일부 부처가 과천으로 간 것도 문제다. 대부분 장관급들은 광화문 근처에 개인 사무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청와대 보고를 위해 대기하거나 쉬기 위해서다. 행정부는 대통령과 같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할 수 없는 일은 아예 안 꺼내는 캐릭터다. 돌파하지 못하면 급격한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 대통령이 어떻게든 수정안 쪽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올해 치러지는 지방선거 출마 여부와 사장 임기인 내년 9월 말 이후 계획이 궁금하다.
▲임기 중 선거에 나설 계획은 전혀 없다. 괜스레 지자체 선거와 관련해 여론에 오르내리는 것도 피하기 위해 고향 방문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제하는 편이다. 지난 설날 때도 조용히 다녀왔다. 임기 후에 대통령께서 장관이라도 시켜주신다면 가문의 영광일 것이고 더 큰 공기업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다시 정치에 복귀할 수도 있다. 지난 총선 때 내가 공천을 받지 못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그리 된 것처럼 뭐가 되겠다고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때문에 열심히 하면 운명이 열리지 않을까 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