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겸상 후, 약속한 듯 헛다리’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6일 서울 명동의 한 곰탕집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수입을 고려해 예산안을 짜지만 경기가 나빠지거나 자연재해가 몰아닥쳐 경기부양이나 복구를 위해 쓸 돈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한번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수정할 수 없기에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 추경은 사용할 예산이 늘어날 때만이 아니라 국가에 들어올 돈이 줄어들 경우에도 짜게 된다. 이를 흔히 ‘세입 추경’이라고 부른다.
최근 경기 악화로 정부에 들어오는 세수가 급감하면서 이러한 세입 추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17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한 지 2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지난 3월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3%로 하향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세수 역시 당초 예상보다 6조 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세수가 기재부 예상보다 더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올 1∼5월 세수실적 현황자료에 따르면 5월까지 총 82조 1262억 원의 국세가 걷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1조 1345억 원)보다 9조 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세수 급감으로 2차 추경 필요성이 제기되자 현오석 부총리는 “상반기 자체로 보면 (세수가) 10조 원 정도 줄어드는데 이는 주로 법인세를 중심으로 한 실적의 영향이 컸다. 하반기 이후 세수 감소폭은 10조 원보다 줄어드는 모양이 될 것”이라며 “세수 부족 문제를 경제팀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만큼 (2차 추경 등)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는 “세수 예상치와 실제액수 간의 차이는 현오석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가 지난 3월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도 세수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면서 “최근 기재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다시 올렸지만 세계 경기 흐름이나 내수 부진을 감안할 때 달성하기 쉽지 않고, 또 당초 예산안을 짤 때 전망치인 3.0%보다 낮아서 세수부족은 여전할 것이다. 부족한 세수 충당을 위해서는 국채발행 등을 위한 2차 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수 부족 때문에 2차 추경을 한 경우는 외환위기로 경기가 급락한 1998년뿐이었다”면서 “세수부족으로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현오석 경제팀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팀의 정책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 2차 추경 가능성까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현오석 교체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교체론이 나오기도 했던 김중수 총재는 물가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은의 제1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비판인 셈이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4월 정부와 여당이 경기부양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을 때 물가 안정을 이유로 들어 거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1%대 초반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물가안정을 기준금리 동결의 이유로 삼은 것이다. 당시 김중수 총재는 “(물가가) 하반기로 가면 3%대 초중반은 갈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낮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심리는 3%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를 근거로 4월 경제전망 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망치를 2.3%로 잡았다.
그런데 7월에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7%로 대폭 낮췄다. 3개월 만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김 총재는 “대외적 환경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는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항상 과거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그것에 대한 대책을 했었지 그 반대는 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업체 간부는 “김중수 총재는 항상 ‘한은만큼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데는 없다’고 이야기해왔는데 가장 중요한 목표인 물가에 대한 전망을 고무줄 늘리고 줄이듯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올해가 절반이나 지난 후에야 물가 전망을 대폭 낮추면 어떻게 한은의 경제 전망을 믿을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