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회장 선거’ 후유증 터지나
신협은 지난 1960년 서울에 가톨릭중앙신용협동조합, 부산 성가신용협동조합이 발족하면서 만들어진 비영리 금융기관이다. 신협은 신용협동조합법에 의해 보호받는 금융기관으로 조합원의 저축 대출 공제업무를 수행하고 조합원의 복지를 위해 각종 교육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99년부터 예탁금과 적금에 대한 비조합원 거래를 허용하면서 규모가 커져 2009년 12월 현재 전국 982개점으로 확대됐다. 총자산 규모는 37조 7000억 원(평균 자산 407억여 원)으로 추산되고 조합원 수 515만 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다.
올 들어 신협은 계속된 단위조합 관련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연말 충북 청주시 소재 한 단위조합에서 직원이 10억 원 상당의 고객 돈을 빼돌렸다가 검거돼 올 초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른 단위조합에서는 창구 직원이 대출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또 다른 단위조합의 한 고위급 임원은 골프 비용을 조합비로 처리했다가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게 제재를 받은 단위조합은 7곳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위조합이 아닌 중앙회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대전에 있는 신협중앙회 장태종 회장 집무실과 서울의 장 회장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2월 초 치러진 신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협은 지난 2월 10일 37차 정기대의원회를 열고 장태종 씨를 제30대 중앙회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지난 3월 3일 취임한 장 회장은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했고 신협중앙회 검사감독이사 등을 역임했다.
임기 4년제의 신협중앙회장 선거는 “지자체선거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장 회장이 선출된 지난 2월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접전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2차 투표까지 간 끝에 전체 200표 중 11표 차이로 권오만 전 회장의 연임을 막고 장 회장이 선출됐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검찰은 이처럼 치열했던 이번 선거 과정에 주목, 지난 3월 초부터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선거 후 누군가의 제보가 있었던 듯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사 진행과 관련해선 “압수수색을 할 정도면 상당부분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다 압수수색 전에 검찰이 대의원들의 계좌추적 등 자금 흐름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신협중앙회 측은 애초 “모르는 일”이라고 밝히다가 나중에야 압수수색 사실을 확인했다. 신협 관계자는 “(회장실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우리도 확인이 어려웠다”며 “압수수색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는 장태종 회장의 직접 해명을 요청했지만 신협 측은 “회장이 직접 나설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