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불모지 땅 “무조건 사겠다” 후끈
정윤회 씨가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 땅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0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은 직후 정 씨가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춘 시점과도 일치한다. 정 씨는 2005년 6월, 2008년 2월에 추가로 땅을 샀다.
이렇게 해서 정 씨가 현재 갖고 있는 땅의 규모는 알려진 것만 10필지, 23만 431㎡(6만 9705평)에 달한다. 이 중 9필지는 정 씨와 부인 최순실 씨 공동명의로, 나머지 한 곳은 최 씨 단독으로 땅을 샀다. 정 씨 부부는 2011년 5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땅의 절반을 1996년생인 딸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 고 최태민 목사 딸 부부(최순실, 정윤회) 소유의 부동산. 이 땅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역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친박 인사들 말을 종합해보면 정 씨가 땅을 매입한 이유는 말 목장 조성 및 자녀 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젊었을 때부터 승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 보좌진에서 물러난 후 말을 키우기 위해 목장용 부지를 매입했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정 씨의 딸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들린다. 정 씨 딸은 어릴 때부터 부친을 통해 승마를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씨가 딸을 승마 선수로 키우기 위해 평창에 땅을 샀다는 말이 돈 적이 있다. 정 씨가 지인들에게 자신의 딸이 걸음마를 떼자마자 말을 탔다며 ‘승마 신동’이라고 자랑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 씨 딸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승마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정 씨 딸은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해 대한승마협회가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승마업계에서 정 씨의 ‘딸 사랑’은 유명하다. 정 씨 딸 역시 인터뷰를 통해 “4살 때부터 승마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따라서 승마장을 다니다 보니 말과 금방 친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정 씨였지만 딸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 씨 땅은 목장이 아닌 대부분 불모지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평창 땅 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정 씨 소유) 해당 지번은 워낙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경제적인 가치가 낮다”면서 “목장 공사가 한창이다가 지난해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 초 취재진이 정 씨 땅을 찾았을 때도 곳곳에 공사 흔적만 남아있었고, 인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당시 만났던 마을 주민은 “땅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있다”며 “(정 씨가) 처음엔 자주 드나들다가 언젠가부터 오지 않았다. 대규모 목장이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었는데 어느 순간 공사가 멈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씨가 목장 조성을 그만둔 것을 놓고 지역 사회에서는 자금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정 씨로부터 의뢰를 받아 측량을 맡았던 인사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측량과 인허가 등을 진행한 뒤에 공사를 착공했는데 자금 문제 등으로 중단했다. 우리도 측량비용 등을 받지 못해 가압류를 넣기도 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윤회-최순실 부부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00억 원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평창 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정 씨가 목장 개발을 중도 포기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 씨가 땅을 팔기 위해 부동산업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부동산업자는 “정 씨의 측근이 한 부동산 업체를 찾아와 시세를 알아보고 갔다.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팔겠다는 의사를 남겼다고 한다. 땅의 가치는 별로 없지만 그 주인이 정 씨라는 점에서 흥미를 보이는 이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 역시 “정 씨 땅이 매물로 나왔느냐는 문의전화를 받았다. 땅이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사겠다고 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정 씨 땅에 관심을 나타냈던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을 사업가로 밝혔다고 한다.
정 씨 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투자 가치가 거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매입 희망자가 줄을 잇는 이유는 땅 주인이 정 씨라는 것 때문이다. 땅을 매개로 현 정부 ‘그림자 실세’로 불리는 정 씨와 인연을 맺어보려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업자들도 “땅을 소개할 때 정 씨 이름을 꼭 거론한다. 그러면 피드백이 남다르다. 가격 책정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정 씨와 몇 차례 접촉한 적이 있는 한 친박 관계자는 “정 씨는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연락한 지는 한참 됐다고 하더라. 평창 땅도 정 씨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정 씨보다는 그를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들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정 씨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위를 떠나 정 씨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는 정 씨가 땅을 팔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자체적인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당국의 한 고위인사는 “땅을 사고파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게 정 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 정부에서 정 씨 정도의 무게감이라면 온갖 종류의 업자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청와대가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정윤회라는 이름은 최측근들조차도 꺼내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누가 박 대통령에게 그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정윤회는 누구?
박 보좌 3인방 ‘세팅’ 장본인
고 최태민 목사 사위 정윤회 씨는 정치권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1998~2004년을 제외하고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 씨와 관련해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정 씨에 대해 “대구 달성에 국회의원으로 처음 나왔을 때 정 씨가 순수하게 도운 것이다. 그게 인연이 돼 국회의원 됐을 때 입법보조원으로 채용됐고, 당 대표 때 그만뒀다”고 말했다. 정 씨가 부인인 최순실 씨를 통해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는 게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정설로 통한다. 최 씨는 박 대통령 칩거 시절 말동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는 정치권을 떠난 2004년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탔다. 정 씨가 박 대통령 비선 라인을 이끌며 핵심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삼성동팀’ ‘강남팀’ 등으로 불렸던 정 씨 조직은 그 실체가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씨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2012년 대선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몇몇 친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비선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며 정 씨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친박 의원들과 박 대통령 측근들은 정 씨가 2008년 이후 박 대통령과 거의 교류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지난해 대선과 총선에서 정 씨가 관여했다는 추측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라며 일축한다. 박 대통령이 정치 초반 정 씨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2008년부터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정 씨를 현 정부 요주의 인물로 꼽는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정 씨는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정호성·이재만·안봉근을 ‘세팅’한 장본인이다. 이들이 박 대통령 옆에 있는 한 정 씨의 이름은 계속 오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박 보좌 3인방 ‘세팅’ 장본인
고 최태민 목사 사위 정윤회 씨는 정치권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1998~2004년을 제외하고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 씨와 관련해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정 씨에 대해 “대구 달성에 국회의원으로 처음 나왔을 때 정 씨가 순수하게 도운 것이다. 그게 인연이 돼 국회의원 됐을 때 입법보조원으로 채용됐고, 당 대표 때 그만뒀다”고 말했다. 정 씨가 부인인 최순실 씨를 통해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는 게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정설로 통한다. 최 씨는 박 대통령 칩거 시절 말동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는 정치권을 떠난 2004년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탔다. 정 씨가 박 대통령 비선 라인을 이끌며 핵심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삼성동팀’ ‘강남팀’ 등으로 불렸던 정 씨 조직은 그 실체가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씨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2012년 대선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몇몇 친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비선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며 정 씨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친박 의원들과 박 대통령 측근들은 정 씨가 2008년 이후 박 대통령과 거의 교류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지난해 대선과 총선에서 정 씨가 관여했다는 추측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라며 일축한다. 박 대통령이 정치 초반 정 씨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2008년부터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정 씨를 현 정부 요주의 인물로 꼽는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정 씨는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정호성·이재만·안봉근을 ‘세팅’한 장본인이다. 이들이 박 대통령 옆에 있는 한 정 씨의 이름은 계속 오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