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프리미엄’ 든든, 김문수 3선 접고 대권 올인?
정계에 밝은 한 야권 인사는 “박원순 시장의 대권 도전 의지를 떠나 서울시장은 가만히 있어도 유력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르는 자리”라며 “다른 지방 잠룡들과 비교하면, 절반은 거저먹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재선 도전은 본인이 밝혔듯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현재 그의 입지라면 재선 여부를 떠나 중도 사퇴 후 대권 직행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유력 대권 주자의 3요소라 일컬어지는 ‘스토리, 능력, 대중적 호감도’에 비춰보면, 여타 지방 잠룡들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는 것이 사실. 다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타 지역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은 시정 지지도. 바깥 살림에 정신을 팔고 제 집 살림을 시원찮게 하는 성주는 안에는 물론 밖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 진리다.
더군다나 여권이 지방선거의 핵인 서울시장을 그냥 내주지는 않을 터. 벌써부터 서울시장 후보에 홍정욱, 김능환, 안대희, 김황식 등 조커 카드가 거론되는 상황. 박원순 시장의 대권 도전은 물론 재선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어렵사리 재선에 성공한다면, 무엇보다 현재 절반을 갓 넘기고 있는 시정 지지도를 상당 부분 끌어올리는 것이 대선으로 가는 가장 큰 관건이다.
# 대권 의지는 ‘갑’, 김문수 경기지사
정치의 목표는 집권. 집권을 위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은 역시 본인의 집권 의지다. 대권을 향한 집권 의지만 놓고 따진다면, 그 어느 누구도 김문수 지사를 따라올 수가 없다. 이미 지난 대선, 김 지사는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이력이 있다. 만약 김문수 지사가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면, 지난 대선처럼 현직을 유지한 채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계 안팎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김문수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 3선 포기 후 대권 직행에 마음을 굳혔으며, 그 시기를 놓고 재고, 삼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문수 지사의 의지는 강하지만 대권으로 가는 그의 여정은 무척이나 고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컨설턴트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경기도는 참 특이한 지역이다. 인구는 서울보다 많지만, 경기도민 상당수는 서울로 출퇴근한다. 경기도민 대부분 서울시정에 관심이 있지 경기도정은 관심 밖인 경우가 많다”며 “이인제, 임창렬, 손학규 등 많은 역대 경기지사들이 대권에 도전했지만,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면 빈약한 도정 인식과 인지도 탓에 추동력을 잃었다. 김문수 지사도 이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문수는 원래 총선 때도 그렇고 남경필이라는 막강한 당내 후보가 버텼던 경기지사 경선 때도 그렇고 힘든 길속에서 의외의 성과를 냈던 사람”이라며 “그의 과거에 비춰보면 대권에서도 큰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김문수 지사의 강력한 대권 의지, 즉 ‘포텐(잠재력)’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 인지도는 전국구인데…, 홍준표 경남지사
보궐선거로 지방권력을 쥐자마자 ‘진주의료원 폐쇄’라는 초강수로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권을 염두에 둔 홍준표만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경남이라는 ‘격오지’에서 전국구 후보로 거듭나기 위한 공보전략이 들어있다면 대단한 성공을 이룬 셈.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적을 양산했다. 홍준표 지사는 최근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불출석 의사를 피력하며 대놓고 “내가 친박이었다면, 이렇게 핍박 받겠느냐”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친박이 득세한 중앙당에 대해 결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무조건 고’를 선언한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은 ‘징계 경고’로 화답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홍준표 지사의 무리수는 결국 너무나 많은 적을 양산했다”며 “이미 경남지역에는 서병수, 김무성, 정몽준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자들이 포진한 상황이다. 그의 섣부른 실기 하나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까지 위협할 수 있는 형국”이라고 내다봤다.
# “진정한 노무현 후계자는 나”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핵심 당직자가 안희정 충남지사를 두고 한 말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친노가 득세한 당이다. 그리고 그 친노 진영의 핵심은 문재인계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중앙정치에서 득세하고 있는 친노 진영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는 것. 그런데 안희정 지사는 현재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문재인계와는 다르다. 어떻게 보면 안 지사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한 친노의 무한한 책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자신만의 또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것.
이를 염두에 둔 듯, 안희정 지사는 지난 1일, 한 언론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확인 시 정계 은퇴한다”는, 이제는 자충수가 된 문재인 의원의 초강수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와 전임 대통령을 현재의 정쟁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기존 친노 핵심 세력과의 본격적인 거리두기에 나섰다. 그는 이미 지난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는 문재인 의원에 대해 반대 의사를 피력하며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무엇보다 안 지사가 진정한 대권 후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핵심 친노 세력과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문재인과는 다른 안희정식 노무현 색깔내기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 막막한 시정, 송영길 인천시장
하지만 송영길 시장이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 하나. 바로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인천 시정이다. 전임 안상수 시장이 벌여 놓은 대규모 사업 탓에 인천시는 부채더미에 오른 지 오래다. 송영길 시장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미 침체의 기로에 빠진 지역 경제를 단시간 내 회복할 수는 없는 노릇.
김대진 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벌여놓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해결하느라 힘들었다. 그렇다고 국민이 전 정부의 부채를 안고 시작한 DJ 정부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 주지도 않았다. 이게 현실”이라며 “송영길 시장도 전임 시장으로부터 떠안은 부채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역민들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너무 부진하다. 이미 지역 여론 내부에선 ‘송영길도 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가 대권으로 향하기 이전에 막막한 인천시정이 발목을 딱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권을 향한 출사표를 가슴 속 깊이 숨기고 있는 이들은 더 있다. 이미 한 차례 대권 출사표를 던진바 있는 박준영 전남지사는 3선을 지냈다.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이상, 호남의 상징성을 두고 다시금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시종 충북지사 역시 대권 레이스에 충분히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자치단체장 주변인 노심초사 까닭
중앙만 바라보다 지역민심 놓칠라
대권을 꿈꾸며 중앙 정치에 개입하는 자치단체장을 두고 있는 해당 지역 보좌진과 공무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이다.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지방행정 공무원들은 이러한 ‘벙어리 냉가슴’을 토로했다.
한 잠룡급 광역자치단체장의 공보담당자는 “일단 우리로서는 정치 현안과 관련한 언론접촉은 자제를 시키고 있다”며 “그 개인으로 보자면 대권이라는 더 큰 꿈에 대해 욕심을 부릴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선택해준 이는 다름 아닌 지역민들 아닌가. 당장 내년 지방선거인데 지역민들의 시·도정 지지도를 무시할 수도 없다. 자치단체장도 그렇지만 우리도 딜레마”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장 보좌진은 “서울시정은 곧 중앙정치다. 서울시장이 안고 있는 프리미엄 중 하나는 시·도정과 중앙정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우리 같은 지방정부는 이게 참 쉽지 않다. 아마도 지방선거 부활 이후 서울시장 이외에 대권에 성공한 이가 없는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중앙만 바라보다 지역민심 놓칠라
한 잠룡급 광역자치단체장의 공보담당자는 “일단 우리로서는 정치 현안과 관련한 언론접촉은 자제를 시키고 있다”며 “그 개인으로 보자면 대권이라는 더 큰 꿈에 대해 욕심을 부릴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선택해준 이는 다름 아닌 지역민들 아닌가. 당장 내년 지방선거인데 지역민들의 시·도정 지지도를 무시할 수도 없다. 자치단체장도 그렇지만 우리도 딜레마”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장 보좌진은 “서울시정은 곧 중앙정치다. 서울시장이 안고 있는 프리미엄 중 하나는 시·도정과 중앙정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우리 같은 지방정부는 이게 참 쉽지 않다. 아마도 지방선거 부활 이후 서울시장 이외에 대권에 성공한 이가 없는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여전히 용꿈 꾸는 ‘몰락 성주’
김두관 컴백 임박, 오세훈 세월 낚시
지방 잠룡들 가운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치단체장직에서 물러나 절치부심하고 있는, ‘몰락 성주’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며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6개월 안식학기를 보내고 있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귀국한다. 여전히 대권주자 삼박자(스토리, 능력, 대중적 호감도)를 두루 갖춘 후보로 분류되는 김두관 전 지사가 국내 정계에 복귀할 경우 야권 내 권력지형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1년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떠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정계 안팎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직에서 물러나 영국 단기 유학을 떠난 그는 국내 복귀 후 현재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조용히 강의를 하며 지내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측은 “지금은 그저 조용히 지내고 있다.
아직 외부에 나설 심적 준비가 안됐다. 당분간 언론과의 접촉은 피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여전히 잠재적 대권 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는 그지만, 무엇보다 그의 시장 사퇴가 지역민의 심판(무상급식 투표)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치명적 아킬레스건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두관 컴백 임박, 오세훈 세월 낚시
왼쪽부터 김두관 전 지사, 오세훈 전 시장
지난 2011년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떠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정계 안팎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직에서 물러나 영국 단기 유학을 떠난 그는 국내 복귀 후 현재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조용히 강의를 하며 지내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측은 “지금은 그저 조용히 지내고 있다.
아직 외부에 나설 심적 준비가 안됐다. 당분간 언론과의 접촉은 피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여전히 잠재적 대권 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는 그지만, 무엇보다 그의 시장 사퇴가 지역민의 심판(무상급식 투표)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치명적 아킬레스건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