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몰아쳐도 ‘을’ 쥐어짜기 여전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슈퍼가 중소 협력업체들에 신제품을 입점하는 대가로 광고비 명목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신동빈 롯데 회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대신 롯데슈퍼 측이 제시한 것은 매장 내에 신제품 관련 와이드 컬러 광고를 해주겠다는 것. 매장 한 곳당 500만 원으로 계산해 해당 금액만큼 일부 매장에서 광고를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신제품 와이드 컬러 광고비용’이라는 얘기다.
겉으로만 보면 롯데슈퍼 매장 내에서 진행하는 광고비용이니 문제 삼을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해당 협력업체가 주도해야 할 신제품 광고를 롯데슈퍼 측 요구로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강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협력업체 직원은 “전국 수백 개 롯데슈퍼 매장 중 고작 몇 곳에서만 광고를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사실상 노골적인 금품 요구를,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 광고비로 위장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 재벌 롯데의 이 같은 처사는 최근 재벌과 유통업계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중소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더욱이 현재 롯데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CJ 다음 타깃’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자숙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 같은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와 달리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런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1년에 한 번 물류비와 입점장려비 등을 포함해 연간 재계약할 때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신제품을 입점한다고 해서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나 롯데는 연간계약 외에 신제품 입점 시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롯데슈퍼의 장려금은 판매금액과 판매율에 따른 정액·정률장려금만 있을 뿐 그 외의 어떠한 장려금도 없다”며 “최근 분위기에서 신제품을 입점한다고 장려금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매장 내 와이드 컬러 광고는 원하는 업체만 하도록 돼 있으며 이를 강요하지도 않고 강요할 수도 없다”며 “설령 본사 모르게 강요하는 MD(머천다이저)가 있다면 본사에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고하면 해당 MD는 처벌되고 협력업체에는 모두 보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력업체로서는 “우리 이름이 다 드러날 게 빤한 상황에서 신고할 수 있는 업체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롯데의 기업 분위기에서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서 롯데가 상대적으로 임금은 적고 일의 강도는 세기 때문이라는 것. 유통업계에서 롯데 직원들은 다른 곳보다 야근이 잦고 주말과 휴일도 없이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나 같은 유통업계 관계자 중에는 “롯데 직원 중 ‘일은 많고 월급은 적어서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롯데 유통부문의 한 직원도 “다른 곳과 달리 기업문화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라며 “철저한 상명하복에 군대식 문화도 짙어 조직 분위기가 무겁다”고 털어놨다. 이 직원은 또 “유통부문 쪽은 유독 이직률이 높다”며 “오죽하면 인력 회전율이 상품 회전율보다 높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급여 체계와 업무 강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정기냐 특별이냐 세무조사 성격 논란
‘CJ 다음엔 롯데’ 소문이 현실로?
국세청이 7월 16일 착수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쇼핑 계열 4개사에 대한 세무조사의 성격을 두고 ‘정기’인지 ‘특별’인지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롯데 측은 2009년 이후 4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로 파악하고 있으며 국세청 역시 공식적으로는 정기 조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번 롯데쇼핑 세무조사는 ‘정기’라기보다 ‘특별’로 보는 게 더 적합할 듯하다.
업계에서는 ‘특별’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정기 조사인 경우 먼저 대표이사에게 우편통보 후 실시하는데 이번 롯데쇼핑 세무조사는 아무런 통보 없이 실시했다는 점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통부문을 맡고 있는 조사2국뿐 아니라 조사1국, 조사4국, 본부 소속의 국제거래조사과가 함께 들어갔다는 것이 정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120~180일 동안 해당 업체에 상주해야 하는데 정기조사라면 휴가철 이후 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휴가도 포기하고 들어간 셈이니 특별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도 “굳이 얘기하자면 ‘특별 같은 정기’”라고 했지만 실상은 ‘특별’에 힘을 주고 있다. 조사4국이 동행했다는 것이 이번 세무조사를 특별하게 보는 한 이유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조사4국이 ‘정기’와 ‘특별’ 모두 할 수 있다고 보겠지만 재계에서는 조사4국의 출동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심지어 조사4국이 주도하는 세무조사라면 더 그렇다. 앞서의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1, 2국 등이 함께 출동하긴 했지만 이번 조사는 조사4국 2개 팀이 주도할 것”이라며 “별 게 없으면 조사4국이 들어가겠느냐”며 특별한 뉘앙스를 풍겼다. 또 “당초 넉 달(120일) 기한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해외법인을 비롯해 살펴볼 게 너무 많은 것 같다”며 180일 상주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번 롯데쇼핑 세무조사를 계기로 재계에서는 ‘CJ 다음 타깃은 롯데’라는 소문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알미늄, 코리아세븐, 롯데상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CJ 다음엔 롯데’ 소문이 현실로?
업계에서는 ‘특별’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정기 조사인 경우 먼저 대표이사에게 우편통보 후 실시하는데 이번 롯데쇼핑 세무조사는 아무런 통보 없이 실시했다는 점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통부문을 맡고 있는 조사2국뿐 아니라 조사1국, 조사4국, 본부 소속의 국제거래조사과가 함께 들어갔다는 것이 정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120~180일 동안 해당 업체에 상주해야 하는데 정기조사라면 휴가철 이후 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휴가도 포기하고 들어간 셈이니 특별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도 “굳이 얘기하자면 ‘특별 같은 정기’”라고 했지만 실상은 ‘특별’에 힘을 주고 있다. 조사4국이 동행했다는 것이 이번 세무조사를 특별하게 보는 한 이유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조사4국이 ‘정기’와 ‘특별’ 모두 할 수 있다고 보겠지만 재계에서는 조사4국의 출동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심지어 조사4국이 주도하는 세무조사라면 더 그렇다. 앞서의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1, 2국 등이 함께 출동하긴 했지만 이번 조사는 조사4국 2개 팀이 주도할 것”이라며 “별 게 없으면 조사4국이 들어가겠느냐”며 특별한 뉘앙스를 풍겼다. 또 “당초 넉 달(120일) 기한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해외법인을 비롯해 살펴볼 게 너무 많은 것 같다”며 180일 상주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번 롯데쇼핑 세무조사를 계기로 재계에서는 ‘CJ 다음 타깃은 롯데’라는 소문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알미늄, 코리아세븐, 롯데상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