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잉꼬부부 그게 쇼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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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성과 안현주 씨는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함께 출연하던 도중에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SBS
안 씨의 이혼 인터뷰가 공개되기 직전인 7월 중순. 배동성은 KBS 2TV 아침프로그램 <여유만만>에 출연해 “아이들의 교육비로 지금까지 10억 원이 들었다”며 자녀 유학 경험을 공개했다.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배동성과 안 씨의 부부생활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밝혀진 배동성의 이혼 소식은 팬들에게도 허탈감을 안겼다.
2007년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이혼 소송을 벌였던 연기자 박철과 옥소리 역시 자신들을 ‘쇼윈도 부부’로 칭했다. 두 사람은 꾸준히 각종 TV 프로그램에 함께 나와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고, 화려하게 꾸며놓고 사는 집을 여러 번 공개했다. 자연히 금슬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올해 4월에 이혼을 선언한 연기자 이세창과 김지연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역시 <자기야>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고 부부가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알렸다. 잘사는 줄로만 알았던 둘의 갑작스러운 이혼 발표는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예인 부부의 갑작스러운 이혼 발표가 늘면서 ‘쇼윈도 부부’란 말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말 그대로 유리창 안에서 화려하게 치장하고 서있는 ‘마네킹 같은 부부생활’을 뜻하는 은어다. 또한 실제로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남의 눈을 의식해 행복한 척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회적인 체면이나 남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연예인, 정치인, 재벌가의 커플들이 ‘쇼윈도 부부’라는 말을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가운데 특히 대중에게 자주 노출되고 세상의 시선에 그 생명력이 좌우되는 연예인의 속성상 거짓으로 부부생활을 꾸미고 살아가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배동성 부부가 뒤늦게 이혼을 공개한 이유도 연예인이란 직업에서 오는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더라도 TV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연예인 부부들은 굳이 자신들의 갈등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둘의 갈등은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그 부부가 함께 만든 이미지를 갖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 이미지가 곧 직업이자 수입원이기 때문에 갈등을 드러내지 않는 연예인 부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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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이세창과 김지연 모습.
지상파 아침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한 방송 관계자는 “TV에 나오는 연예인 부부의 모습에는 어느 정도의 연출이 가미된다. 생활을 조금 과장해서 전달할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오지만 반대로 연예인 부부 당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또 “만약 부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은 상태라면 그 스트레스는 더 크게 느껴지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옥소리는 박철과의 이혼 소송을 벌이던 2007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말을 했다. “방송이나 토크쇼에서 보여 지는 모습과 다르게, 각자 대화 없이 살았다. 한동안 외롭게 생활했다. (부부끼리)토크쇼에 출연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럴 때면 좋은 점이나 나쁜 점, 일상생활을 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박철은 이야기를 못하게 자제시켰다. 방송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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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철, 옥소리.
부부 모두 연예인이라면 서로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쇼윈도 부부’가 탄생,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과 연예계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적은 일반인 배우자를 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방송에서 가족과 일상을 공개하는 일이 익숙한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 배우자들은 이런 상황을 낯설게 느끼게 마련이다. 의견이 충돌한다면 갈등은 깊어진다. 지난해 이혼한 개그우먼 조혜련의 남편은 회사생활을 하는 일반인이었고 배동성의 전 부인도 평범한 주부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부부의 속사정을 알기는 어렵지만 배우자가 연예인이 아니라면 연예계의 생리를 깊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며 “자녀나 가족까지 방송에 공개해야 하는 것에 갈등하는 연예인 부부들은 의외로 많다. 갈등이 터지면 이혼으로 이어지는데, 대중에겐 갑작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쇼윈도 부부가 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연예인 부부 스스로 암묵적인 동의하에 거짓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도 있다. 금슬 좋은 이미지로 인해 얻게 되는 각종 행사 참여, 광고 출연 등에 따른 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 관계에 있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분위기에서 충실한 부부 생활을 하는 스타들은 대중에게 쉽게 호감을 얻기 마련.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연예인 부부들 중에는 갈등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기도 한다. 실제로 유명 스타 A는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남편 자랑을 늘어놓아 여성 시청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건 물론이고 자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층 견고하게 쌓았다. 하지만 정작 이들 부부는 ‘남’과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