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19일 밤 노사모 회원들이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환호하고 있다. | ||
그동안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과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 검증, 그리고 송두율 교수 파문이나 이라크 파병 같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들의 ‘사이버 신경전’은 곳곳에서 벌어져 왔다. 그러나 ‘노무현 VS 이회창’ 대결구도가 아닌 상태에서 이들 조직의 결속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 두 모임의 재결집에 불을 당긴 것은 바로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었다. 노사모는 재신임 정국을 통해 그동안 실추된 노 대통령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과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신임을 관철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가 만든 대통령 우리가 지켜내자’란 생각이 노사모 회원들로 하여금 다시 팔을 걷어붙이게 만들고 있는 것.
반면 창사랑은 재신임 변수로 인해 이 전 총재가 정치권에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됐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불신임을 가정할 때 한나라당에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창사랑 회원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지피는 중이다.
대통령 재신임 정국으로 인해 최근 노사모에선 탈퇴했던 회원들의 재가입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대선 직후 탈퇴했던 명계남씨도 재가입해 적극적인 언론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 노사모는 대전에서 전국확대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행보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 모임에서 노사모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을 위한 총력전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물론 언론홍보 활동이나 대통령 불신임을 외치는 세력에 대한 규탄집회 등 여러 가지 방법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한 세부 논의를 위해 각 지역 노사모 운영위원회 소집 일정이 10월 말까지 줄줄이 잡혀있는 상태.
창사랑도 최근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 2만5천 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게 됐다고 한다. 노사모 회원수 8만 명에는 아직 크게 모자라지만 오히려 지난 대선 당시보다 1.5배 가량 늘어난 것. 창사랑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 모처에서 전국운영위원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강행할 경우에 대한 창사랑 차원의 대처 방법이 논의됐다고 한다. ‘이회창 복귀론’의 당위성, 그리고 이 전 총재 예우에 소홀한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격론도 오갔다고 한다.
노사모에 비해 지역 조직이 비교적 약한 창사랑은 중앙모임을 자주 가질 예정. 20일 이회창 전 총재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구름인파가 집결했으며 22일에는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는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가 보여준 것 이상의 가시적 활동을 펼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통령 재신임’이란 공통된 화두를 놓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터라 이들 두 조직은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노무현 사수’와 ‘이회창 복귀’를 위한 대리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 지난 20일 이회창씨가 귀국하며 환영나온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
노사모의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잘할 수 있게 도와주지는 못하더라도 무조건 발목잡고 늘어지는 것은 결국 국가와 민족을 망치는 일이다. 이회창씨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며 국민들이 원치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김두관 장관 해임이나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 (창사랑 회원들이) 얼마나 근거 없고 편향된 의견을 쏟아냈는가. 그 사람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한 적도 없고 오로지 이회창씨밖에 모르는 외곬들”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사모 회원들 사이에 창사랑 회원들의 대한 반감은 오래 전부터 크게 자리잡아왔다. 한 간부는 “창사랑 회원들이 지금 분위기를 누군가(이회창 전 총재)를 옹립하는 데 좋은 기회라 여길 것이다. 그 사람들 대선 끝나고 재검표하자고 고집 부리고 그게 실패로 나타나니까 당선무효소송까지 낸 것 아닌가. 창사랑을 탈퇴한 사람들이 주도한 것이라지만 뻔한 눈속임이다. 순수해야 할 네티즌들이 선전 선동에 앞장서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노사모의 한 인사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당선됐다고 해서 대선 직후 재검표니 당선무효소송이니 하더니 이젠 재신임 정국에서 아예 하야를 시키려는데 이건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창사랑의 한 간부는 “인터넷상에서 하는 투표를 보면 불신임 의견이 훨씬 더 높다. 이게 더 정확한 민심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화를 해 물으면 일반 유권자들은 대통령 하야 정국에 대해 약간 겁먹을 수도 있다. 그러니 노 대통령에 대한 본심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 불신임 운운했다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투표에서 본심을 나타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이 간부는 “나이 드신 분들은 인터넷 투표를 할 줄도 모른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조차 노 대통령 불신임 의견이 높다면 노 대통령은 노사모 빼곤 발붙일 곳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선무효소송에 대해 “창사랑을 탈퇴한 분들이 주도하는 일이며 그건 우리와 관련 없다. 우리는 그저 순수한 이회창님 지지자들일 뿐”이라고 밝혔다.
창사랑의 다른 인사는 “우리 내부에서 재신임 투표를 해도 불신임은 95%밖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5%는 재신임 찬성 의견을 낼 텐데 이들은 노사모 회원들”이라며 “노사모 회원들이 위장으로 창사랑에 가입해 곳곳에서 분란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인사는 “명계남씨 인터뷰한 것을 보니 내년 총선에 나설 것 같더라. 지난해 돼지저금통 돌려서 돈 거두고 최근 법원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판결도 받지 않았나. 노사모는 순수하지 못한 정치집단이다. 반면 우리는 순수하게 인간 이회창님을 좋아할 뿐이다. 노 대통령은 노사모에 친서도 전달하지만 우리 이회창님은 그런 것도 안하신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노 대통령이 불신임되고 하야한 뒤 우리 이회창님이 다시 나서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린 모두 해체해서 이회창님의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 덧붙였다.
노사모를 정치집단으로 모는 창사랑측 시각에 대해 노사모의 한 관계자는 “노사모 일부 인사가 정치에 뜻을 두고 있지만 그들이 능력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자기 능력으로 민심을 통해 검증 받으려는 것”이라며 “창사랑처럼 이미 당선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는 집단이야말로 정치집단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인사는 “이 전 총재의 부담을 덜어줄 생각 이전에 국정수행에 노심초사하는 대통령 발목이나 안 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선언한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서도 이들은 상이한 입장을 보인다. 창사랑의 한 회원은 “국익을 위한 이라크 파병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대통령이) 원래 파병을 결정해놓은 것 같은데 괜히 파병 반대하는 자기 지지자들이 이탈할까봐 겁나서 시간 재다가 이제 발표한 것 같다. 이런 것이 오히려 국정과 민심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사모의 한 간부는 “노사모 내에서도 파병과 관련한 찬반 양론이 있다.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닌 것이다. 저쪽처럼 국익을 위해 신중함을 기하는 대통령에 대해 트집잡을 궁리만 하는 것은 한심한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한 이사는 “지난 16일 통합신당사 옆에서 신당 서포터즈가 모여 맥주파티를 했다. 거기엔 노사모 회원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창사랑도 22일 한나라당사 옆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다”며 “이 두 조직의 갈등이 자신들끼리 모여 지지와 결속을 다지는 것을 넘어서 이미 성향이 다른 정당 간의 대결처럼 확전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