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여 명의 땅꾼이 우리 회원들’이라고 밝힌 이씨는 “우리 땅꾼들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 손에는 피켓을, 한 손에는 구렁이 허물을 들고 정부 청사 앞에 선 이씨가 요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독사에게 물리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땅꾼들이 합법적으로 뱀을 잡을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해달라는 것. 그리고 구렁이, 칠점사 등의 희귀뱀 포획을 무조건 금지하지 말고 포획과 방사 사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정부 방침을 바꿔달라는 것이다.
이씨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건의문을 4일 환경부 관련 부서에 발송한 뒤 다음날부터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1인 시위 첫 날 이씨가 받은 것은 ‘땅꾼 허가증’이 아니라 ‘과태료 고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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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정부과천청사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상설씨. | ||
그가 한 손에 쥔 이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뱀 허물만 보아도 불안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독사가 우글거리는 뱀 서식지 주민은 얼마나 불안할까.”
또 다른 한 손에는 어제의 진짜 구렁이 허물 대신 투명 테이프로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뱀 허물의 모형이 들려있었다. 이씨는 “‘이것도 혐오감을 주는 거냐’고 경찰서에 물었더니 ‘직접 와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경찰은 언제 오는 거냐”고 정문 보초를 서는 의경들에게 자꾸 물었다.
이씨의 질문을 받은 의경들은 입가에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었다. 청사 앞을 지나가다가 심상치 않은 이씨의 행색에 이끌려 피켓을 들여다보던 과천 4단지 주민 박승해씨(67)는 “에구머니나, 그럼 저게 뱀 허물이란 말이야”라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꿈에 볼까 무섭다”며 종종 걸음을 쳤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청사로 들어가는 많은 공무원들 역시 신기한 눈빛으로 자꾸 이씨를 뒤돌아봤다. 이씨의 행색이 뭇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것과는 달리 정작 그의 주장은 별다른 관심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다.
관련부서인 환경부 자연생태과 정상순씨는 “이씨의 건의문은 받았지만 아직 뜯어보지 않았으며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현재 땅꾼들에 대한 제재조치는 ‘희귀 동물 관리 대상’에 속하는 구렁이와 까치 살모사 등의 포획을 금지하는 것뿐”이라며 “모든 뱀을 합법적으로 포획하게 해달라는 이씨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 속에서 뱀을 찾다가 ‘직업에 대한 천시를 견디지 못한 채 동료 땅꾼들이 다른 3D 업종으로 전직하는 것을 보다 못해’ 과천 관가(官家)에 내려왔다는 이씨. 뱀 도매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걸음마도 떼기 전에 뱀과 함께 살아왔다’는 이씨의 1인 시위는 ‘뱀 권하는 사회’가 낳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닐까.김현 기자 nur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