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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22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울지검 앞에서 시위를 하자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 kr | ||
사실 이 같은 표적 수사, 수사진 교체 논란이 법무부 장관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사안이 민감한 탓도 있지만 거꾸로 보면 그만큼 검찰 조직이 ‘외풍’이 많은 곳임을 그 자체로 반증하는 것. ‘외풍’의 진원으로는 이른바 ‘정치적인 외압’도 있겠지만 대부분 검사와 맺고 있는 학연겵熾?등의 끈이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외풍은 수사내용뿐 아니라 검찰 인사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권 인사와 혈연을 맺고 있는 검사들의 경우는 어떨까.
어찌 보면 이들 검사들은 태생적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다. 과연 어떤 검찰 인사들이 정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고 또한 이들은 현재 어떤 자리에 있을까. 먼저 꼽을 수 있는 사람으로 김정길 법무부장관의 맏사위인 황철규 대전지검 부부장 검사가 있다. 황 검사의 거취는 현 정부에서 두 번이나 법무부 장관직을 맡고 있는 김 장관의 진퇴와 어느 정도 연관성을 보인다. 황 검사는 장인이 처음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난 지 9개월 뒤인 2000년 3월, 의정부 지청 검사에서 대검찰청 검찰 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곳에서 1년여를 근무한 황 검사는 김 장관이 장관직을 내놓기 3개월 전인 2001년 2월에 해외파견 근무를 떠났다. 1년 동안 해외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황 검사는 올 봄부터 대전지검 부부장 검사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다. 장인의 거취와 본인의 인사 이동을 견주어 볼 수 있는 예는 또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사위는 법무법인 광장 소속의 최명석 변호사. 오비이락이었을까.
장인이 1996년 1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 입당하자 당시 법무부 송무심의관이라는 비교적 한직에 있던 최 변호사는 한 달여 만에 서울지검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회창 후보가 97년 대선에서 패한 뒤 그는 99년 3월 제주지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1년 2월에 부부장 승진과 함께 서울지검 동부지청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석 달 뒤인 같은 해 5월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장인이 야당 총재라는 사실이 안팎으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게 동료 검사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정치인 장인을 둔 여타 검사들은 장인의 유명세에 비해 ‘평범한’ 자리이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회창 후보와 같은 한나라당 의원의 사위로는 한찬식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가 있다. 한 검사의 장인은 최병렬 한나라당 의원. 92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한 검사는 수원과 대구 등에서 순환 근무를 한 뒤 2000년 3월부터 법무부 국제법무과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수원지검에 근무하는 이상주 검사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사위다. 96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부산지검과 여주지청을 거쳐 올 2월 수원지검으로 왔다.
서울지검 공판부 검사를 지내다 이 시기에 여주지청으로 자리를 옮긴 서봉규 검사는 다름 아닌 정형근 의원의 큰사위. 70년생 동갑내기로 야당 정치인 장인을 둔 두 검사가 여주지청 근무를 나란히 바통터치한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을 한 정치인 사위 검사로는 임수빈 속초지청장이 있다. 임 지청장의 장인은 민주당 장재식 의원. 이번 지청장급 인사가 사시 23회에서 29회까지에 걸쳐 이뤄진 점을 감안해보면 29회 출신의 임 지청장의 승진은 빠른 케이스에 속한다.
이밖에도 사위는 아니지만 이번 인사에서 대검찰청 기획과장으로 이동한 한명관 검사는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의 사촌동생이다. 이전에는 대검 공안3과장을 맡았었다. 충남도지사를 지낸 심대평 자민련 부총재의 장남 우정씨는 지난 2000년 서울지검을 시작으로 현재는 강릉지청에서 검사로 근무하고 있다. 서우정 서울지검 특수3부장의 5촌 당숙은 서정화 한나라당 지도위원이다. 특수3부는 현 정부 들어 윤태식 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처리한 곳이기도 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조카가 되는 정만진 검사는 수원지검 부장검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부터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와 혈연 관계에 있는 한 검사는 이런 말로 ‘정치인 인척 검사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정권의 부침은 이어지지만 우리는 언제나 누구의 인척 아무개가 아닌 그냥 아무개 검사로만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