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은 불러서 갔나 찾으러 갔나
최재원 부회장이 대만에서 김원홍 전 고문을 만난 것을 두고 ‘기획입국설’이 제기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그의 체포 소식에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지난 5일 SK 측은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에 변론재개를 신청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검찰도 이튿날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맞대응을 펼쳤고 결국 9일로 잡혔던 최 회장의 선고기일이 내달 13일로 연기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재판부는 “최 회장 변호인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며 백 수십 권에 이르는 기록을 검토하고 판결을 작성하기 위해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다. 김원홍 체포와는 무관하다”고 연기사유를 밝혔으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재판부도 차후 김 전 고문의 송환에 따른 변론재개 가능성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고기일을 연기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어쨌든 최 회장 입장에서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시간을 벌게 된 셈이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검찰까지 나서 김 전 고문의 체포 과정에서 ‘SK가 손을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인터폴 수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년여 동안 도피행각을 이어온 김 전 고문이 돌연 그것도 ‘이민법 위반’으로 체포된 점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연합뉴스
검찰의 말처럼 최 부회장은 김 전 고문이 체포되던 날 오전 수행원도 없이 홀로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곧장 김 전 고문 일행이 머무르는 대만 북부 지룽시로 이동한 최 부회장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한국 입국과 증인 출석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부회장은 운전기사와 함께 김 전 고문의 BMW차량을 타고 이동하다 대만 경찰에 체포됐고 인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즉시 풀려났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은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을 당했다.
최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 의외이긴 하나 사실 SK 측에서는 그만큼 김 전 고문의 ‘말 한 마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재판이 시작될 당시 최 회장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 모든 혐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항소심 재판에서는 “그룹 펀드자금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자금인출 사실은 몰랐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다 재판 말미에는 “김 전 고문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또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동시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며 관계 정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형량은 김 전 고문의 증언에 좌우되게 됐다. 이에 최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김 전 고문을 찾아갔고 결국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다는 게 ‘기획 입국설’의 전말이다.
SK 본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또한 김 전 고문이 먼저 최 부회장을 호출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의 SK 전략은 ‘김원홍에게 죄 뒤집어씌우기’였다. 횡령의 주범을 김 전 고문으로 지목한 것인데 아마 사전에 협상이 된 부분일 것”이라며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김원홍 측에서 최재원을 호출한 것으로 안다. 김원홍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 SK로부터 뭔가 확실한 보장을 받고자 한 게 아닐까하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호화생활을 했다는 기존의 언론 보도와 달리 체포 당시 김 전 고문의 수중에는 돈이 별로 없었다고 하는데 급히 최 부회장을 불러들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SK 측에서는 모든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만약 김 전 고문을 기획 입국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면 곧바로 한국으로 데리고 왔지 현지 경찰에 체포되게끔 하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히려 SK 측은 2년 동안 김 전 고문을 잡지 못한 검찰에 의심을 표하며 ‘기획설’을 주장하는 것도 자기방어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만약 김 전 고문이 귀국해 법정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전에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만남을 ‘부적절한 것’으로 몰고 가면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계속해서 검찰이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체포 이후 김 전 고문이 보여주는 행동도 ‘기획 입국설’의 힘을 빼고 있다.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지 못한 듯 체포 당시 김 전 고문은 운동복 차림의 편안한 복장이었다고 한다. 구금이 확정된 후 지인을 통해 신변 정리를 부탁했다는 점에서도 그의 체포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전 고문은 귀국을 거부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대만 사법당국이 우리 정부의 조기송환 요청을 받아 김 전 고문을 강제추방하려 하자 “나는 불법체류자가 아니다. 강제추방을 할 경우 정당한 조치인지 확인하기 위해 대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김 전 고문의 체포로 인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게 된 지금의 상황에서 모두의 관심은 한 달 남짓 남은 항소심 선고기일 재판으로 향하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김원홍 강경대응
검찰 “이마저도 짜고…”
SK그룹 비자금 사건의 ‘키맨’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체포한 대만 사법당국은 정식 절차를 거쳐 송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고문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고문은 “합법적인 거류증을 받아 체류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현지 변호인을 고용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김 전 고문의 태도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검찰 측에서는 “이마저도 기획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기를 당했다”며 횡령의 주범으로 김 전 고문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그가 귀국을 거부하면 어떤 식으로든 SK 측에 유리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어쨌든 횡령의 주범으로 몰린 김 전 고문이 체포만 되고 귀국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김 전 고문의 체포는 최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기획 체포설’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9월 30일 구속만기를 앞두고 있다.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돼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선고기일이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고문과 SK 측의 협상이 틀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협상을 보고 체포까지는 순순히 이어졌으나 마지막에 김 전 고문이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검찰 “이마저도 짜고…”
SK그룹 비자금 사건의 ‘키맨’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체포한 대만 사법당국은 정식 절차를 거쳐 송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고문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고문은 “합법적인 거류증을 받아 체류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현지 변호인을 고용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김 전 고문의 태도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검찰 측에서는 “이마저도 기획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기를 당했다”며 횡령의 주범으로 김 전 고문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그가 귀국을 거부하면 어떤 식으로든 SK 측에 유리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어쨌든 횡령의 주범으로 몰린 김 전 고문이 체포만 되고 귀국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김 전 고문의 체포는 최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기획 체포설’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9월 30일 구속만기를 앞두고 있다.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돼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선고기일이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고문과 SK 측의 협상이 틀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협상을 보고 체포까지는 순순히 이어졌으나 마지막에 김 전 고문이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김원홍 귀국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
그의 ‘입’에 형량 줄었다 늘었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체포되면서 향후 이어질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고문이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인물인 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에게 모든 혐의를 전가한 상태라 증언 한 마디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전 고문이 재판정에 나타나 최 회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경우 검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 회장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 김 전 고문이 ‘내가 횡령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할 경우 최 회장의 형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는 것. 하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SK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재판부는 SK 측과 김원홍이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김원홍 녹음파일’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지 않느냐. 물론 SK 측에서는 김원홍과의 관계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 사람이 대만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진 만큼 오히려 재판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게다가 김원홍의 증언과 무관하게 최 회장의 횡령 혐의는 충분히 유죄로 인정될 만하다. 당시 김원홍에겐 그룹 펀드자금을 인출할 만한 권한이 없었다. 즉 최태원 회장이 돈을 인출했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횡령범죄가 성립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고문이 귀국을 거부하는 등 SK 측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김 전 고문이 어쩔 수 없이 재판정에 서더라도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한 일’이라는 진술을 할 경우 최 회장은 감형은커녕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검찰의 분석도 있다.
SK 측도 김 전 고문의 행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김 전 고문이 귀국해 재판정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해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결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을 횡령의 주범으로 지목한 만큼 이에 대해 앙심을 품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것. 더욱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을 사기혐의로 고소한 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에게도 더 이상 만남을 삼가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질 만큼 사이가 멀어진 상태라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어쨌든 SK 측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김 전 고문과의 사전 기획설 등에 대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만남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체포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명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그의 ‘입’에 형량 줄었다 늘었다
만약 김 전 고문이 재판정에 나타나 최 회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경우 검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 회장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 김 전 고문이 ‘내가 횡령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할 경우 최 회장의 형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는 것. 하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SK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재판부는 SK 측과 김원홍이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김원홍 녹음파일’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지 않느냐. 물론 SK 측에서는 김원홍과의 관계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 사람이 대만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진 만큼 오히려 재판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게다가 김원홍의 증언과 무관하게 최 회장의 횡령 혐의는 충분히 유죄로 인정될 만하다. 당시 김원홍에겐 그룹 펀드자금을 인출할 만한 권한이 없었다. 즉 최태원 회장이 돈을 인출했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횡령범죄가 성립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고문이 귀국을 거부하는 등 SK 측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김 전 고문이 어쩔 수 없이 재판정에 서더라도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한 일’이라는 진술을 할 경우 최 회장은 감형은커녕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검찰의 분석도 있다.
SK 측도 김 전 고문의 행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김 전 고문이 귀국해 재판정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해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결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을 횡령의 주범으로 지목한 만큼 이에 대해 앙심을 품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것. 더욱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을 사기혐의로 고소한 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에게도 더 이상 만남을 삼가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질 만큼 사이가 멀어진 상태라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어쨌든 SK 측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김 전 고문과의 사전 기획설 등에 대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만남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체포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명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