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역주행…‘대체 어쩌자고…’
롯데마트는 신세계나 CJ 등이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며 정부의 환심을 사려던 것과 반대로 용역 계약을 일괄 해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롯데마트는 그동안 각 매장별로 미화, 보안, 카트, 주차 4개 직종에 대해 용역업체와 매 분기 단위로 계약을 하고 이 계약을 3개월마다 갱신해 왔다. 한두 군데의 업체와 계약을 통해 4개 직군의 일을 맡겼다. 보통 때 같으면 계약 자동 갱신을 통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용역업체 직원들은 지난 7월 전격적으로 롯데마트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계약해지는 국내 104개 매장 중 매출 상위 14개 매장을 제외한 90개 매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용역 계약직원들은 총 2700명(매장 당 30여 명)가량이다. 롯데마트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빠진 자리를 정규직 직원들에게 메우게 했다. 롯데마트 측은 이런 조치들을 통해 부족해진 인력을 벌충하기 위해 본사의 고객만족팀 등 스태프 인력들을 매장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롯데마트 협력업체의 한 직원은 “정규직들이 자기 일은 별도로 하고 보안 근무 등을 교대로 내려와 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의무 휴무 등의 규제로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20~30% 정도 줄어든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실적이 나은 매장은 용역 인원을 덜 줄이고 그렇지 못한 매장은 많이 줄였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올해 대규모로 정규직 전환 조치를 취했는데 우리는 이마트가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업종엔 이미 과거부터 정규직을 배치해 오고 있다”며 “외부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용역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측의 용역 계약 해지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쇼핑 세무조사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롯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표적이 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로 실적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적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데 대한 반발심의 표출이 용역 직원들의 계약해지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정규직들의 근로계약서도 다시 작성했다. 기존엔 계약서상 10시간 근무가 명시돼 있었지만, 이를 9시간 30분으로 줄이고 줄어든 근무 시간(5%)만큼 연봉을 사실상 삭감했다고 한다. 롯데마트의 한 직원은 “계약서상 근무 시간은 무의미한 것으로 야근이 일상화돼 있는데 임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용역 직원들이 하던 일까지 정규직들이 분담해야 해서 오히려 일이 더 늘었음에도 월급은 줄어들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추가적인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과거 GS마트 출신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마트가 최근 GS 출신들에 대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자연 도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 당시 GS마트를 인수해 흡수·합병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우리가 GS보다는 성과평가시스템이 정교하게 돼 있어 일부 GS 출신 직원들이 이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해를 못해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심리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철저하게 성과만 바탕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어떤 구별이나 차별도 없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이 같은 인력 축소 방침과는 반대로 최근 PB(자체 브랜드)제품 진열 아르바이트생을 급하게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롯데마트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협력업체 직원은 “최근 노동부에서 전국의 롯데마트 매장 중 몇 개 점포만 무작위 선정해 문화센터 한 쪽에 임시 사무실까지 차려 놓고 조사관들을 보름간 상주시키며 협력업체 직원 및 파견 여직원들을 면담하고 있다”며 “그동안 PB상품 진열까지 업체 직원들에 맡겼는데 노동부가 점검을 나오니까 롯데에서 업체 직원들에게 자신의 제품들만 진열케 지시하고 PB상품은 부랴부랴 아르바이트를 뽑아서 진열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측은 이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매장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유통업체 정기 점검이고 PB 상품 진열을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새로 뽑은 것은 아니며 친분상 서로 도와주는 경우는 있지만 갑을 관계를 이용해 협력업체들에 이를 전가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