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싸움에 롯데카드 ‘새우등’
카드사와 대형마트 간 수수료율 갈등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에 적용되던 카드사의 우대 수수료율이 종전 1.5~1.7%에서 2%대 초반으로 상향조정되면서 불거졌다.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개정된 여전법에 맞춰 대형마트들은 신용카드사들과 수수료율 재책정 협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협상 과정에서 유독 롯데카드에만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롯데카드를 압박했다”며 “롯데마트와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홈플러스가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롯데카드가 관계사인 롯데마트에 적용하는 정도의 수수료율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 5월 롯데카드와 수수료율 협상이 순탄치 않자 ‘7월 1일부로 롯데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고, 해당 시점 이후부터 롯데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각 매장에 내걸었다. 이후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협상 기한이 8월 1일로 한 달 연장됐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계약 종료 시점이 7월 1일에서 8월 1일로 한 달 연장됐고 7월 말일에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롯데카드를 제외한 다른 국내 카드사들과는 수수료율 계약을 별 탈 없이 성사시켰음에도, 롯데카드에만은 ‘계약 해지’ 운운하며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롯데마트와 2위 자리를 두고 펼치는 감정싸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2012년 회계연도 기준(2012년 3월부터 올해 2월) 8조 867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기준 8조 95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롯데마트가 홈플러스를 제치고 매출액 기준 대형마트 2위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정부의 영업규제로 홈플러스가 국내 영업에 타격을 받는 동안, 롯데마트는 국내보다 해외 사업에 더 주력한 영향이었다. 국내 매출만 봤을 때는 홈플러스가 여전히 2위지만, 해외 매출까지 포함할 경우 롯데마트가 홈플러스를 근소한 차이로 역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서로 자신이 2위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결국 롯데카드로선 롯데마트를 관계사로 둔 탓에 마음고생을 하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홈플러스 관계자는 “롯데카드와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롯데마트를 의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차액보상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비싸면 결제 즉시 바로 차액을 쿠폰으로 드립니다. 홈플러스는 장바구니 생필품 물가안정에 앞장서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차액보상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대상품목에 대해 “많은 고객이 자주 찾는 1000개 상품”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명확한 품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니까 이마트에 대해 물 타기를 하려는 시도로, 차액 보상제를 실시하면서 발생하는 손해를 기존에 이마트보다 더 싸게 팔았던 품목에서 상쇄를 시키고 있다”며 “또 5만~6만 개에 달하는 전체 취급 품목 중에서 1000개를 선정한 것일 뿐인데다, 홈플러스는 구체적인 품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그 같은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