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강한 놈들이 온다
[일요신문] 세계적인 명차들의 각축전이 한국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페라리 FF가 일찌감치 국내시장에 상륙한 데 이어 8월 6일에는 람보르기니도 ‘가야르도’ 최고급 모델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또한 8월 말에는 벤틀리의 ‘신형 플라잉스퍼’도 국내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벌써부터 카 마니아들 사이에선 어떤 명차가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의견이 분분하다.
페라리 FF.
페라리 FF(Ferrari Four)는 지난 7월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가 1년 동안 차량을 후원받기로 협약해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모델이다. 페라리 최초의 4륜구동 4인승 GT 차량으로 660마력의 V12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시속 335㎞의 최고 속도를 이끌어낸다(GT 차량이란 장거리 운전을 목적으로 설계된 고성능 자동차를 가리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불과 3.7초. 흔히 스포츠카의 DNA와 쾌적한 승차감을 겸비한 슈퍼카로 평가된다. 국내 시판 가격은 4억 6000만 원이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람보르기니 가야르도(Lamborghini Gallardo)의 공식 모델명은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 에디지오네 테크니카’. 기존의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를 업그레이드한 모델로 5.2리터 V10 엔진(최고출력 570마력)을 탑재해 최고 시속 325㎞로 질주할 수 있다. 수려한 외관과 제로백 3.4초의 순간 가속도가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시판가격은 아직 미정이나 3억 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가야르도’는 스페인어로 투우 사육사 미우라가 키운 황소 중 한 마리의 이름. 람보르기니는 차종에 투우소의 이름을 따서 모델명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벤틀리 ‘신형 플라잉스퍼’.
벤틀리의 ‘신형 플라잉스퍼’(New Flying Spur)는 뛰어난 주행성능을 지닌 첨단 럭셔리 세단이다. 최고 출력 625마력인 6.0리터 트윈 터보 W12엔진과 ZF 8단 변속기를 장착해 벤틀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4도어 모델로 평가받는다. 제로백 4.6초에 최고 시속도 322㎞에 달한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특수 방음유리로 소음을 최소화하는 등 안락한 승차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시판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전 모델인 ‘플라잉 스퍼’의 국내 가격이 옵션에 따라 ‘2억 8700만 원+α’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하 3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슈퍼카가 국내에서 벌일 자존심 대결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브랜드 사이에 얽히고설킨 내력 때문이다. 먼저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업체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악연.
람보르기니의 모체가 된 기업은 자동차 정비공 출신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세운 트랙터 회사였다. 사업에서 성공한 페루치오는 자동차 수집이 취미였는데, 당시 F1 경주를 휩쓸던 페라리의 모델 250 GT도 그의 소장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페라리 250 GT는 클러치 결함이 자주 발생했고, 페루치오는 엔지니어로서의 호의로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쵸 페라리에게 찾아갔다. 결과는 문전박대. 엔쵸로부터 “자동차를 볼 줄 모르는군. 트랙터나 더 만드시오”라고 모욕을 받은 그는 페라리에 복수하기 위해 슈퍼카 생산에 뛰어든다. 이때가 1963년. 람보르기니의 회사 수칙 제1조는 다름 아닌 ‘무조건 페라리보다 빠른 자동차’였다고 한다.
이후 람보르기니와 페라리의 소유주가 바뀌긴 했지만 창업 초기의 잣대로 경쟁관계인 두 브랜드의 대결을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하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제로백은 3.4초로 페라리 FF(3.7초)보다 빠르다. 반면 최고 속도는 시속 325㎞ 대 335㎞로 페라리가 근소하게 앞선다. 두 앙숙 슈퍼카의 스피드 대결은 1승1패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는 자본의 고리로 얽혀 있다. 람보르기니는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뀐 끝에 1999년 아우디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아우디의 모기업은 독일 자동차그룹 폴크스바겐이다. 영국의 슈퍼카 업체 벤틀리도 과거 롤스로이스에 매각됐다가 롤스로이스가 1998년 폴크스바겐 그룹에 인수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크게 보자면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는 폴크스바겐이란 한 지붕 밑에 있는 두 가족인 셈이다.
세 슈퍼카 브랜드의 상징물도 재미를 더한다. 페라리의 로고는 말, 람보르기니와 벤틀리의 상징은 각각 싸움소와 새(날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머나먼 나라에서 벌이는 이들 유럽산 말과 소, 그리고 새의 대결이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정수 프리랜서
▶ 저작권자© 일요신문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일요신문i는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일요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