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업’ 기업가치 ‘업’
차명주식은 그동안 증시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 2008년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에 대한 삼성특검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등의 실명전환을 하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당시 이 회장이 실명 전환한 주식은 삼성생명 324만 4800주,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 5525주 및 우선주 1만 2398주, 삼성SDI 주식 39만 9371주 등 4조 5000억 원 상당이다.
최근 이재현 CJ 회장도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600여 개를 만들어 수백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배임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 회장도 수백 개의 임직원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젠 웬만한 재벌들이면 대부분 차명주식을 갖고 있다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지경이다.
차명주식이 실명 전환되면 증시에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우리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져 외국인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차명거래가 전면 금지되면 차명주식이 실명전환돼 기업의 지배구조가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기업 가치를 계산할 때 지배주주 가치, 즉 인수·합병(M&A) 가치도 중요한데, 차명으로 지분이 위장돼 있으면 이 같은 가치를 계산하기 어렵다”며 “M&A 가치가 분명해지면 전반적인 기업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주식이 드러나면 상속·증여세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지배구조 및 주주이익을 강화하는 조치가 나올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상속·증여 과정에서 지분율 하락이 불가피한데, 이를 피하기 위해 배당을 강화하거나, 자사주 매입을 늘려 지배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차명주식 실명 전환 과정에서 주주 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차명으로 주식을 보관하고 있던 이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은 기업의 M&A 가치를 높일 수도 있지만, 기업 경쟁력 분산으로 인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