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붕어빵’들 “아빠보다 나아요”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앞 다퉈 꼽는 최고 유망주는 이성곤(연세대), 임동휘(덕수고), 이용하(성남고)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아버지가 야구선수 출신인 야구인 2세라는 것이다.
이성곤은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 진출이 가능했음에도 실력을 더 쌓으라는 아버지 이순철 KIA 수석코치(왼쪽)의 조언으로 대학행을 선택했다. 올해 연세대를 졸업하는 이성곤은 최고 유망주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성곤의 실력은 어떨까. 고교 시절 청소년대표로 뽑혔던 이성곤은 현재 대학 유격수 가운데 랭킹 1위로 꼽힌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이성곤을 가리켜 “타격 정확성과 주루 센스가 뛰어나 수비만 보강하면 2, 3년 내 1군 유격수가 될 재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임동휘는 한화 임주택 매니저의 아들이다. 임 매니저는 “누가 권하지 않았는데도 초교 때 알아서 야구부에 가입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현역 시절 아빠보다 파워가 좋은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지난 4월 고교야구 서울 A권 시상식에서 덕수고 임동휘가 수훈상을 받고 있다. 작은 사진은 부친인 임주택 한화 매니저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제공=대한야구협회
임 매니저는 “내 조언이 현장의 코칭스태프와 다르면 혹시 아들이 혼란스러울까 싶어 집에서도 야구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투수를 그만두고 내야수로 뛸 때도 ‘아, 그러냐’라고만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병훈 해설위원의 아들 이용하는 공격형 포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 위원은 아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열혈 아빠’다. 밤늦은 시간에 아들과 함께 러닝을 하고, 야구 기술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임 매니저처럼 현장 지도자들의 지도 방침에 어긋나는 조언은 하지 않는다. 이 위원은 “아빠가 아들에 대해선 가장 잘 알 수 있으나, 야구선수 이용하는 야구부 감독이 가장 잘 안다”며 “가능한 야구부 지도 방침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고 송현우는 프로 지명이 확실한 좌타자다. 송현우는 쌍방울과 해태에서 선수로 뛰었던 송인호 전 KIA 코치의 아들이다. 일부 야구인은 “송인호의 아들 이름은 송형찬이다. 송현우란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사실 송형찬은 송현우의 개명 전 이름이다. 송현우는 “엄마가 야구선수로 대성하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처음엔 개명에 반대했지만, 원체 엄마의 고집이 강해 결국 이름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신기하게도 송현우는 이름을 바꾸고서 전국 고교야구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민태 롯데 투수코치의 아들 정선호(휘문고)도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명투수였던 아버지와 달리 정선호의 포지션은 중견수다. 발 빠르고, 타격 정확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 코치는 “내심 투수로 뛰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투수보단 야수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야수 전향에 동의했다”며 “프로 지명을 떠나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건강하게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로서의 바람을 들려줬다.
부경고 에이스인 한주석도 현역 시절 아버지와는 포지션이 다르다. 그의 아버지는 롯데에서 오랫동안 안방마님으로 군림했던 한문연 NC 배터리 코치다.
원광대 투수 문지훈은 아버지의 포지션을 그대로 이어받은 경우다. 문지훈의 아버지는 과거 해태에서 선동열과 원투펀치를 이뤘던 문희수 동강대 감독이다. 정영기 한화 스카우트는 “제구가 뛰어났던 아버지처럼 문지훈도 제구가 무척 좋은 편”이라며 “현역시절 아버지만큼 빠른 공은 던지지 못하지만, 마운드 위에서의 투쟁심은 아버지보다 나은 것 같다”고 평했다.
박정태 전 롯데 2군 감독과 큰아들 박시찬. 이종현 기자
이번 신인지명회의에 유독 야구인 2세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임 매니저는 “지금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자녀들이 고교나 대학을 졸업할 시점”이라며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한창 프로야구가 중흥기일 때 현역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우며 지금에서야 2세 수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까지 현역생활을 했던 전직 야구선수들은 “야구는 춥고 배고픈 스포츠”라며 2세가 야구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조금씩 발전하며 계약금과 연봉이 눈에 띄게 증가한 1990년대 초반부턴 야구인들의 의식도 바뀌어 2세들의 야구 시작을 적극 후원 내지 묵인했다.
임 매니저는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야구인 2세 탄생이 잦을 것”이라며 “많은 전직 야구인의 아들들이 아마추어 야구에서 ‘아버지를 넘어서겠다’는 일념으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아버지 후광’ 있다? 없다?
‘프로 데뷔보다 실력 먼저’ 이순철 코치 깐깐한 조련
“아버지가 유명 야구인이면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 시 확실히 플러스로 작용한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야구인 2세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팀장은 “원래부터 야구계는 인맥, 학연, 지연이 잘 통하는 곳”이라며 “야구계 구성원들이 서로 ‘주고받는’ 사이다 보니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같은 값이면 야구인 2세를 선택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비슷한 말을 들려줬다.
“한국야구계는 정말 판이 좁다. 다들 잘 아는 사이다. 프로 출신일 경우, 보통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를 거치면서 ‘형, 아우’하던 사이다. 같은 실력이라면 ‘내가 아는 야구인의 아들’을 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청탁하는 야구인은 거의 없지만, 구단과 1, 2군 지도자들이 인간 관계를 고려해 알아서 뽑아주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아버지가 야구인이기에 불이익(?)을 받는 일도 많다. 몇 년 전 프로 진출에 실패한 모 야구인의 아들은 실력만 따지자면 프로 지명이 유력한 선수였다. 실제로 이 선수는 하위 순번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실력이 뒤떨어지는데도 아버지 후광으로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는 소릴 듣고 싶어 하지 않던 아버지 때문에 프로 진출 대신 대학행을 선택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프로 스카우트는 이렇게 내막을 설명했다.
“아버지 후광을 떠나 아들의 실력만으로 프로 진출이 가능한 경우였다. 하지만, 그 선수 아버지가 도덕적으로 완벽을 추구한 사람이었다. 결국 ‘구단 특혜로 프로에 가느니 대학에서 실력을 키운 뒤 4년 후 재도전하는 게 낫다’며 아들을 대학으로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아들이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능력이 되면 프로에 가는 것이고, 안 되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며 ‘프로팀 입단보다 정정당당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 선수 아버지가 누구냐고? 이순철 KIA 수석코치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프로 데뷔보다 실력 먼저’ 이순철 코치 깐깐한 조련
“아버지가 유명 야구인이면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 시 확실히 플러스로 작용한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야구인 2세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팀장은 “원래부터 야구계는 인맥, 학연, 지연이 잘 통하는 곳”이라며 “야구계 구성원들이 서로 ‘주고받는’ 사이다 보니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같은 값이면 야구인 2세를 선택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비슷한 말을 들려줬다.
“한국야구계는 정말 판이 좁다. 다들 잘 아는 사이다. 프로 출신일 경우, 보통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를 거치면서 ‘형, 아우’하던 사이다. 같은 실력이라면 ‘내가 아는 야구인의 아들’을 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청탁하는 야구인은 거의 없지만, 구단과 1, 2군 지도자들이 인간 관계를 고려해 알아서 뽑아주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아버지가 야구인이기에 불이익(?)을 받는 일도 많다. 몇 년 전 프로 진출에 실패한 모 야구인의 아들은 실력만 따지자면 프로 지명이 유력한 선수였다. 실제로 이 선수는 하위 순번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실력이 뒤떨어지는데도 아버지 후광으로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는 소릴 듣고 싶어 하지 않던 아버지 때문에 프로 진출 대신 대학행을 선택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프로 스카우트는 이렇게 내막을 설명했다.
“아버지 후광을 떠나 아들의 실력만으로 프로 진출이 가능한 경우였다. 하지만, 그 선수 아버지가 도덕적으로 완벽을 추구한 사람이었다. 결국 ‘구단 특혜로 프로에 가느니 대학에서 실력을 키운 뒤 4년 후 재도전하는 게 낫다’며 아들을 대학으로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아들이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능력이 되면 프로에 가는 것이고, 안 되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며 ‘프로팀 입단보다 정정당당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 선수 아버지가 누구냐고? 이순철 KIA 수석코치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