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 준박사 한발 빼더니 이력서엔 웬 대졸?
이러한 남다른 경력 덕일까. 조 의원은 한국 사회 탈북자 중 가장 탄탄대로를 걸어온 인사 중 한 명이다. 북한과 중국에서의 경력과 학력을 인정받아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을 거쳐 지난 2011년에는 통일교육원장에 올랐다. 대한민국 역사상 북한 출신 1급 공무원 1호가 된 것. 이러한 이력을 발판으로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4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부터 조명철 의원은 끊임없는 학력 논란에 시달렸다. 당시 조 의원은 최종학력란에 김일성대 박사 졸업이라고 기재했지만, 정확한 그의 학력은 북한 현지 교육 학제상 한 단계 아래인 ‘준박사’로 밝혀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조 의원은 고발 조치됐지만, 법원은 다행히 남북 간 학제 상 차이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무혐의로 종결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혐의 종결 뒤에도 조 의원을 둘러싼 학력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의혹은 조 의원이 준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1987년 상황이다. 국내에선 흔하디흔한 게 석·박사라지만, 북한의 경우 1년에 단 한 번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학위학직수여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이 소수의 인원에 직접 학위를 수여한다.
지난 1987년 3월 31일자 <로동신문>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14명의 박사와 100명의 준박사에 학위를 수여했다. 수여식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거행됐으며 림춘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 겸 부주석이 직접 학위를 수여했다.
<일요신문>은 최근 1987년 당시 박사학위를 수여했다는 고위급 탈북자 출신 A 씨와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난 그 학위수여식장에서 조명철 의원을 본 적이 없다”며 “당시 조 의원은 20대였다. 20대 준박사·박사는 몇 명 남짓이었다. 만약 조 의원이 현장에 있었다면 당연히 알아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조 의원은 본인이 기재한 것처럼 1987년경 실제 준박사 학위를 받은 것일까. <일요신문>은 최근 조 의원이 중국 난카이대학교(중국 톈진 소재) 연수 당시 본인이 직접 기재한 자필이력서와 첨부서류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이력서와 첨부서류를 토대로 보자면,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조 의원은 자신의 최종학력 란에 박사원(준박사 과정) 졸업 및 학위취득이 아닌, 정확히 ‘대학졸업’이라고 명시했다. 뒷장의 세부이력 란에는 ‘1983년 5월 김일성대학교 졸업’이라고 썼다. 하지만 1987년 10월 박사원에 다녔다고만 명시했을 뿐, 학위취득이나 졸업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자필이력서만 놓고 보자면, 실제 조 의원이 1987년 준박사 학위를 받았는지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셈이다.
중국 난카이대학교 연수 당시 자필이력서엔 최종학력란에 ‘대학졸업’이라고 명시했다. 준박사증 학위 수여일은 그동안 조 의원이 언급한 1987년이 아닌 1992년으로 적혀 있다. 또 난카이대학 문서에 따르면 조 의원의 신분은 ‘교환교수’가 아닌 ‘유학생’으로 표기돼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일요신문>은 자필이력서 외에 두 건의 첨부문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의문의 ‘준박사증’이었다. 문제는 이 준박사증 학위 수여일이 그동안 조 의원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1987년이 아닌, 1992년이라는 점이다. 또한 해당의 준박사증에 기재된 조 의원의 생년월일은 앞서 자필이력서에서 언급된 것과도 다르다. 중국 유학 경험이 있는 앞서의 A 씨는 이에 대해 “학위증이 위조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당시 북한 당국은 연수생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학위증을 만들어 첨부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문의 준박사증에 대해 조 의원 측은 “1987년 박사원을 졸업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후에 논문을 수정하고 보충하고 다시 심사하고 하는 단계를 거쳐서 최종 학위를 수여한 날짜가 1992년 3월 25일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조 의원은 공식 프로필을 통해 1987년 학위를 수여했다고 기재해 왔다. 조 의원 측의 주장이라면, 박사원에 입학한 1983년부터 논문 심사과정 5년을 포함해 1992년 학위를 받았다고 기재했어야 맞다.
<일요신문>은 조 의원의 당시 연수 성격을 명시한 난카이대학 문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조명철 의원은 당시 연수의 성격에 대해 ‘교환교수’ 자격이라고 표현해 왔지만, 당시 문서에 따르면 조 의원의 신분은 정확히 ‘학생’으로 표기돼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 측은 “당시 북한과 중국의 문화교류협정에 따른 상호간 교류 프로그램이었다”며 “한국의 실정에 맞춰 ‘교환교수’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조명철 의원의 학력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질 수 있으며 의원직까지 상실할 수 있다. 또한 조 의원의 경우 해당 학력을 바탕으로 1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통일교육원장을 역임했기에 국가공무원법에 의거해 처벌될 수도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서에 의해 다시금 제기한 조 의원의 학력 의혹에 대해 조 의원 측은 “이미 조사를 다 받고 법원에서 무혐의로 결론 난 내용”이라며 단호하게 일축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