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만 보니 ‘말발’이 영…
이순우 회장이 우리금융의 연내 민영화를 완료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실패한 바 있는 ‘분할 매각’ 방식을 다시 끄집어냈다는 비난에도 차차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분할매각에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공적자금 손실 걱정도 제기된 상태다.
흥행몰이에 성공할 것으로 여겼던 경남·광주은행 매각 진행 과정에서는 지역정서의 반발이 심하다. 여기에다 ‘민영화 완성’의 핵심인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서는 아직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민영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작 내부 결속을 다지고 원활한 사업 추진 능력을 보여줘야 할 우리금융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새로운 회장 취임과 함께 교체 대상이 된 우리금융 계열사 CEO들에 대한 후속 인사가 늦어진 것이다. 이순우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직후 일부 계열사 CEO 교체를 시사했다. 사장으로 내정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교체설이 불거졌던 정현진 전 우리카드 사장을 비롯해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우리자산운용 등 계열사 CEO들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후임 인사가 무려 두 달이나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야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CEO 인사는) 대주주 승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쪽에서 추천한 인물들에 대한 승인이 늦어진 탓”이라며 인사 연기의 이유를 밝혔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간에 두 달 동안 일부 계열사에서 경영 공백 상태를 빚은 사실은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동안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 것.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는 “민영화 때문에 불안한 기운이 있는데 인사가 늦어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언제 어떤 식으로 인사발령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혼란스러워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CEO가 사의를 표명한 우리금융 한 계열사 관계자는 “사의만 표명했을 뿐 정식 인사발령이 난 것이 아니어서 근무는 계속 하고 있었다”며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한 사람으로 사업이 결정 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우리금융은 지난 8월 29일에야 비로소 공석이던 7개 계열사 CEO 인사를 마무리하고 계열사별로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이순우 회장이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내정 직후부터 민영화만 강조하며 정부 의지에 따를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심지어 스스로 ‘민영화를 위한 시한부 회장’을 자처할 정도였다. 이런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가지(민영화)에 올인하고 있는 리더의 말을 직원들이 제대로 따를지 걱정”이라며 “자칫 무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8월 20일 우리금융 경영협의회에서 “직원들의 무관심으로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뱅킹 상품 판매에 더욱 신경 쓸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직접 직원들의 무관심을 언급할 정도라면 우리금융 내부 분위기가 어떤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방은행과 증권계열 매각이 9월과 10월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며 그 후 은행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며 큰 무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