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잡는 괴물들… 이대로만 자라다오
#서장훈 등장 20년 후
제2의 서장훈으로 평가 받는 이종현이 프로-아마 최강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패스하는 모습. 사진제공=KBL
이종현은 2013 필리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9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8.7분을 뛰어 7.1점, 4.8리바운드, 1.7블록슛을 기록했다. 이란전에서 아시아 최고의 센터이자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 있는 하메드 하다디에 밀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선수권 대회는 ‘이종현 비긴스(begins)’에 불과했다. 대회 직후 개막한 제2회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은 ‘이종현 라이즈(rises)’의 결정판이었다.
이종현이 이끄는 고려대는 고양 오리온스, 부산 KT, 프로농구 챔피언 울산 모비스에 이어 지난해 대회 우승팀인 상무마저 연파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대학농구의 돌풍이 성인 무대에서 뛰는 선배들을 집어삼킨 것은 서장훈이 처음 등장한 농구대잔치 시절 이후 처음이다. 서장훈은 93학번, 이종현은 13학번이다. 정확히 20년 터울. 서장훈을 연상케 하는 새로운 거물의 등장에 농구계는 환호했다. 올해 대회의 평균 관중은 4721명. 작년 1회 대회의 1780명보다 약 3배 늘었다.
대표팀에서 그를 지도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냉정한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작은 선수들과 경쟁했던 이번 대회만으로 이종현을 평가하긴 어렵다. KBL에 와서 외국인선수와 경쟁하는 모습이나 국제대회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며 기술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런데 역으로 보면 이종현의 존재감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로에서조차 그의 적수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206cm의 신장과 220cm에 이르는 양팔 길이, 덩치에 비해 유연한 몸과 운동능력을 지닌 이종현을 이번 대회에서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다.
# 제2의 허재·김주성이 온다
왼쪽부터 김민구, 김종규.
허재 감독은 당시 기자들에게 “김주성이 또 나왔다. 높이와 스피드가 있는데다 중거리슛도 던질 줄 알더라. 김주성의 대를 이어갈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김)유택이 형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유택이 형 1학년 때보다 더 나은 것 같다”며 웃었다.
207cm의 장신 센터 김종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농구 최고의 빅맨이다. 경희대는 작년까지 2년 연속 대학농구를 완전 정복했다. 올해도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다. 김종규는 허재 감독의 평가처럼 여러 면에서 김주성을 연상케 한다.
경희대에 김종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종규의 ‘베스트 프렌드’인 김민구가 존재한다. 김민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대회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김민구는 필리핀과의 준결승전에서 27득점, 농구 월드컵 진출 여부가 걸린 대만과의 3, 4위전에서는 21점을 올리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대회 베스트5에도 뽑혔다. 팬들은 “예전 허재를 보는 것 같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구가 갑자기 등장한 선수는 분명 아니다. 대학 무대에서는 이미 최고 레벨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평균 22.6점, 6.0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올리며 2년 연속 대학농구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선수다. 김종규와 더불어 이미 프로가 주목하고 있는 유망주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 확보를 위한 져주기 논란이 벌어진 이유, 바로 김종규와 김민구의 어마어마한 잠재력 때문이었다.
대학 무대에서 제2의 서장훈이 등장했고 제2의 김주성, 제2의 허재로 평가받는 대형 유망주들은 올해 9월 30일 프로 구단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농구에 르네상스가 찾아왔다”는 농구인들의 이구동성은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니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
이종현 프로 조기 진출 가능성
‘대학 무대는 너무 좁다’
프로-아마 최강전 준결승전이 끝나고 한 기자가 대학 1학년생인 이종현에게 “하루 빨리 더 많은 관중 앞에서 농구를 하고 싶지 않냐”라고 물었다. 프로 조기 진출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돌려 물은 것이다. 이종현은 “내일 결승전 하잖아요”라고 웃으며 재치있게 답했다. 늘 그런 식이다. 조기 진출 의사를 물으면 이종현은 말을 아낀다. 자신도 부담스럽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은 반대 의지가 확고하다. “아직 대학에서 배울 게 더 많다”고 잘라 말한다. 좀 더 솔직히 접근해보면, 고려대 측은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농구 명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중앙대와 경희대가 오랜 기간 대학농구를 지배해왔다. 고려대는 늘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종현이 있다면 당장 올해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우승을 노려볼 수 있고 경희대 4학년들이 떠나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적수가 없다.
조기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의 동의가 필요하다. 고려대는 이종현을 영입하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의 대가를 얻고 싶은 심정이다. 농구인들은 고려대의 입장은 이해하나 이종현에게 이미 대학 무대는 좁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은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이미 농구계의 뜨거운 감자다. 그가 성장할수록 찬반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거물은 거물이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
‘대학 무대는 너무 좁다’
프로-아마 최강전 준결승전이 끝나고 한 기자가 대학 1학년생인 이종현에게 “하루 빨리 더 많은 관중 앞에서 농구를 하고 싶지 않냐”라고 물었다. 프로 조기 진출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돌려 물은 것이다. 이종현은 “내일 결승전 하잖아요”라고 웃으며 재치있게 답했다. 늘 그런 식이다. 조기 진출 의사를 물으면 이종현은 말을 아낀다. 자신도 부담스럽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은 반대 의지가 확고하다. “아직 대학에서 배울 게 더 많다”고 잘라 말한다. 좀 더 솔직히 접근해보면, 고려대 측은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농구 명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중앙대와 경희대가 오랜 기간 대학농구를 지배해왔다. 고려대는 늘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종현이 있다면 당장 올해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우승을 노려볼 수 있고 경희대 4학년들이 떠나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적수가 없다.
조기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의 동의가 필요하다. 고려대는 이종현을 영입하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의 대가를 얻고 싶은 심정이다. 농구인들은 고려대의 입장은 이해하나 이종현에게 이미 대학 무대는 좁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은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이미 농구계의 뜨거운 감자다. 그가 성장할수록 찬반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거물은 거물이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