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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 때 붉은악마들의 카드섹션. | ||
현재 생존해 있는 7명의 ‘노영웅’들은 오는 10월15일부터 28일까지 영국을 방문, 당시 그들을 홈팀처럼 열렬히 응원해준 영국 팬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 또한 북한팀과 8강전에서 맞붙었던 이탈리아팀 선수들과도 감격적인 ‘상봉’을 하게 된다. 이 역사적인 이벤트는 북한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는 등 대외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서방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빅 이벤트’는 두 평범한 영국인의 손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번 일이 성사되기까지의 배경과 북한 ‘드림팀’의 영국 방문 현장을 미리 들여다봤다.
1966년 영국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축구대표팀은 우승 확률이 1000분의 1이었을 정도로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더구나 동서냉전이 한창일 때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북한의 ‘코뮤니스트’들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축구팬들은 체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직력과 강한 투지로 8강에 오른 북한팀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그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여기저기서 이상한 소문도 나기 시작했다. 북한 선수들이 영국 여성 팬들과 질펀한 술자리를 벌였다는 것. 하지만 당시 상황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닉 보너씨는 “당시 북한선수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은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리버풀의 한 펍(대중선술집)을 방문해 조용히 물만 마시다가 그곳을 빠져나갔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영국 팬들은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기록될 북한-이탈리아 16강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북한팀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를 1-0으로 물리치고 극적으로 8강에 오르는 ‘꿈’을 이루어냈다. 특히 당시 경기가 열렸던 영국 동북부 지방의 미들스부르 팬들은 이 때의 감격을 가슴속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사람 중의 한 명인 댄 고든씨는 “미들스부르 팬들은 이번 북한팀의 방문에 매우 가슴 설레고 있다. 그들은 이탈리아에 맞선 북한팀을 자신들의 홈팀처럼 열렬하게 응원했다. 당시 2만8천 명의 관중이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관전했지만 응원 목소리는 마치 12만 명의 목에서 터져나오는 것처럼 굉장했다. 그래서 미들스부르 팬들도 이번 이벤트에 대해 마치 자신들의 홈팀이 금의환향하는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드림팀’은 모두 17명의 대표단으로 구성된다. 이중에는 66년 월드컵의 축구 영웅 7명과 당시 코치진도 포함돼 있다. 이번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드림팀’이 이탈리아를 이긴 미들스부르의 아이어섬 파크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리즈유나이티드와 미들스부르 경기가 열리기 전 월드컵 ‘영웅’ 7명은 그들의 ‘홈 팬’들과 다시 한 번 감격적인 인사를 나누게 된다.
여기에는 영국 축구영웅 책 찰튼과 당시 이탈리아 선수였던 리베라, 마졸라 그리고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오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에 앞서 열릴 24일 만찬에서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초청됐는데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북한 대표단은 영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하고 체육부 장관과 만찬을 가지는 등 ‘정치적’인 행사에도 참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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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스트라이커 박두익 선수. | ||
이런 ‘빅 이벤트’는 두 사람의 영국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닉 보너씨와 댄 고든씨는 한국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지난 5월19일 KBS <일요스페셜> 시간에 방영된 ‘운명의 게임 북한축구 런던월드컵 8강 신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66년 영국월드컵에 출전했던 북한의 축구 영웅들의 근황과 당시의 알려지지 않은 경기장면을 생생하게 소개해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중국에서 북한전문여행사 ‘고려여행’을 운영하고 있는 닉 보너씨는 6년 전 스포츠전문 프로듀서 댄 고든씨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축구경기를 통해서 친해진 이들은 보너씨의 제의로 66년 월드컵 최고의 팀이었던 북한팀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2회), 북한(3회),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방영되며 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북한의 ‘영웅’들을 그들의 ‘홈’으로 데려오기로 기획하게 되었다.
지금 이 행사 성공의 큰 열쇠는 바로 재정문제다. 기획자 보너씨와 고든씨는 이미 자신들의 모든 사재를 털어 경비를 충당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2만달러(약 2천4백만원) 정도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행사에 일체의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보너씨는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다. 북한당국이 1달러도 지원하지 않은 데 대해 전혀 섭섭하지 않다. 우리는 그들의 경제사정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대표단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등 간접적으로 많은 신경을 써 주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이번 행사에 대해 일체의 지원이 없다. 남겫逑 당국이 이번 행사에 10원도 지원하지 않는 데 반해 오히려 영국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의 버진 아틀란틱 항공사는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였고 1966년 북한 대표팀이 묵었던 세인트 조지 호텔측은 그때를 기념하여 선수들이 무료로 숙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보너씨는 이번 ‘빅 이벤트’ 성사가 자신이 10년 동안 북한을 경험하면서 겪은 변화 중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수십 년 동안 문을 꼭 걸어잠가왔던 북한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서방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가 폐쇄적인 이미지의 북한을 긍적적인 모습으로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연 북한의 영국 ‘축구외교’가 신의주 특별행정구와 함께 대외개방의 투톱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