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규제는 없다’… 누구 맘대로!
지난 8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10대그룹 회장단과의 회동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관련 “다시 검토하라”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재계가 규제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도 기로에 서있다. 박 대통령이 10대그룹 회장들과의 회동에서 “다시 검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재계는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급기야 경제5단체 회장단은 지난 2일 각종 규제 입법에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산업경쟁력 관련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이란 제목으로 14건의 건의안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상반기 국회에서 통과된 화학물질등록및평가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개선을 요청했고 법인세 인상에 대한 신중한 검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외 및 가업상속지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더 이상의 규제는 없다”는 선언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재계는 경제민주화 ‘종료’에 대한 화답으로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약속한 것이다. 전경련은 지난 3일 올해 10대그룹이 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투자할 금액은 대략 37조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10대그룹 투자 총액 104조 원의 35%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진행된 창조경제 관련 프로젝트 중 올해 투자분에다 이미 확정된 신규 프로젝트 중 연내 투자액을 합친 것이다. 이는 대부분은 신사업 창출에 투자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투자이행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인데 다시 창조경제 관련 부분만 모아서 새로 투자하는 것처럼 전경련이 발표하니 일반 국민들이 보면 일종의 돌려막기와 같은 수준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재계의 우호적 관계가 마냥 지속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선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정원 개혁 문제에 ‘이석기 사태’가 겹쳐 경제민주화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정치 이슈에만 매몰된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념적인 정쟁 속에서 국회의 민생 방치라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10월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와 10·30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면서 점차 국정 전반에 대한 이슈들이 불거질 게 분명하고, 각 당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도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재계가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제민주화가 종료된 것처럼 들떠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전혀 마음을 놓고 있지 못하다”면서 “10월 정국이 기업들에게는 위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내부 사정을 봐도 기업들에게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완급조절’을 밝히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경제민주화 공약이 밀려나선 안 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최근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서 실무적인 준비를 다 해놓고 있다”며 “추석 이후 국정감사와 법안심사 과정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사정’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지난 5월 말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한 효성그룹은 이미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돼 조석래 회장의 차명 재산과 거액의 탈세 혐의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 3일부터 포스코에 대한 세무 조사도 벌이고 있다. 2010년 세무 조사 후 3년 만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7월에 시작된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효성처럼 차명계좌나 비자금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와 대우건설·NHN과 GS칼텍스 등 주요 기업뿐 아니라 KB국민은행과 인천공항공사 등 금융권과 공기업들까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어디서 돌발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난 봄부터 시작된 기업사정의 분위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세수부족을 메워야 하는 국세청은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할 판이어서 다음 순서가 어느 기업이라는 둥 흉흉한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웅채 언론인
기업들 10월 위기설
혼란한 정국이 ‘리스크’
최근 증권시장에는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고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이탈이 심화될 것이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 투자자본 이동에 취약하거나 재정적자가 심한 가진 나라들에서 위기가 불거질 것이란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재 ‘10월 위기설’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히려 국내 정치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보는 것이다. 10·30 재·보선 전후로 정치권의 ‘빅뱅’이 있을 것이란 얘기들이 근거 없이 돌고 있다. ‘이석기 사태’로 인해 야권연대가 무너져 각개약진이 이뤄지고, ‘안철수 신당론’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정국의 혼란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정치권이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수록 경제 이슈들에 대한 통제력은 약화된다. 세법개정안, 부동산대책 관련 등 시장변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입법 과제들의 변동이 심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공산이 많다는 것이다.
박웅채 언론인
혼란한 정국이 ‘리스크’
최근 증권시장에는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고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이탈이 심화될 것이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 투자자본 이동에 취약하거나 재정적자가 심한 가진 나라들에서 위기가 불거질 것이란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재 ‘10월 위기설’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히려 국내 정치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보는 것이다. 10·30 재·보선 전후로 정치권의 ‘빅뱅’이 있을 것이란 얘기들이 근거 없이 돌고 있다. ‘이석기 사태’로 인해 야권연대가 무너져 각개약진이 이뤄지고, ‘안철수 신당론’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정국의 혼란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정치권이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수록 경제 이슈들에 대한 통제력은 약화된다. 세법개정안, 부동산대책 관련 등 시장변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입법 과제들의 변동이 심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공산이 많다는 것이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