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공고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해 공을 차고 있 는 전 전 대통령. | ||
프로축구 대구 시민구단 창단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막후 역할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소문난 축구광인 데다 박종환 창단 감독을 비롯해 대구구단 창단의 핵심 인물들이 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
심지어 일각에선 “전 전 대통령이 시민구단을 통해 ‘축구정치’를 펴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대구시민프로축구단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대구구단 창단을 주도하는 핵심 ‘3인방’은 노희찬 (주)대구시민프로축구단 대표이사와 조해녕 대구 시장, 그리고 박종환 창단 감독이다. 단장은 아직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3인방 모두 전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측근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먼저 조 시장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거론돼 왔던 대구구단 창단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조 시장의 지자체 선거 공약 때문이기도 하다. 조 시장은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 연고지의 프로축구단 창단’을 공언했다.
그는 시장 취임 직후 시민구단 형태의 프로축구팀 창단 방침을 천명했다. 또한 “대구 월드컵 경기장 사용료와 제세공과금에 대한 시 차원의 지원은 물론, 개인 보유재산인 1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도 기꺼이 출자해서 발기인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경산이 고향으로 경북고 출신인 조 시장은 지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5공 초인 1981년 12월 당시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청와대 정무2비서실로 영입된 바 있다. 이때부터 전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끈끈하게 이어왔던 것.
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대구를 방문하면서 조 시장 초청 부부 만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조 시장은 대구구단 창단 준비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과 깊이 상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핵심인사인 노희찬 대표이사는 대구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지역의 유명 기업인. 그는 ‘대구프로축구단 창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에 참석, 발기인 대표와 함께 창단준비위원장에 선임되면서 실질적으로 창단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노 대표는 대구공고 출신으로 전 전 대통령의 동문 후배다. 노 대표는 총동문회 장학회 임원을 맡는 등 동문 활동에 적극적인 인물. 두 사람은 선후배로서 친분을 나눈 사이로 전해진다.
▲ 전두환 전 대통령 | ||
매년 10월 열리는 동문체육대회에 전 전 대통령은 만사를 제쳐두고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민단체 일각에선 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동문 사랑’이 대구구단 창단작업에 확대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박종환 신임 감독 발탁 배경에도 전 전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구지역 상당수 축구관계자들의 견해다.
감독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대구의 한 축구인은 “위원회가 여러 명의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미 ‘윗선’에서는 사실상 박종환 감독으로 내정한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감독선임 위원회에서는 16명의 자천타천 후보자들 가운데 4명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는 것. 여기에는 박 감독 외에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 정종덕 전 건국대 감독, 이장수 중국 칭다오 감독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 감독은 중국과의 계약 때문에 감독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지명도와 창단 감독의 상징성에서 박종환 감독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장파 축구인들 가운데서는 “젊고 패기있는 박성화 감독이나, 대구 계성고 감독을 지낸 정 감독이 적임자”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런 가운데 최종 복수 후보 추천에서 정 전 감독이 탈락했는데 이에 대해 한 축구 관계자는 “어차피 박종환 감독으로 내정된 마당에, 축구 원로인 정 감독을 들러리로 세울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박종환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확정된 것은 10월24일 이사회 투표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일주일 전인 18일 박 감독은 대구에 내려와 조 시장과 노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감독직을 맡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축구인들 사이에서 정설로 나돌고 있다. 대구 지역의 한 축구인은 “전 전 대통령이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대구에 대한 애정이 워낙 깊은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프로축구단 창단에 적잖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종환 감독과 전 전 대통령은 83년 세계청소년축구 4강 신화 이후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담사 유배시절,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와 함께 전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찾아가기도 했던 박 감독은 요즘에도 한 달에 한두 번씩 전 전 대통령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독 제의를 받은 시기는 지난 8월쯤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대구 구단 창단 움직임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당초 언론에 “전 전 대통령의 제의를 받고 함께 상의도 드렸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이 부각되는 게 다소 부담스러웠는지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는 등의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조 시장을 대신해서 정식으로 감독 제의를 한 사람은 이상연 전 안기부장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과는 박 감독의 서울시청 감독 시절, 당시 서울시 부시장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 이 전 부장은 80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밑에서 특보를 맡는 등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구단 창단작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노희찬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대구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지역 기업들의 관심으로 3백억원 재원 마련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전 전 대통령의 대구구단 참여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끝내 답변을 아꼈다. 세간의 시선 때문인지 노 대표의 한 측근은 “전 전 대통령과 노 대표를 연관지어서 보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감명국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