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꼭 복수할 거야!’
[일요신문] 지난 7월 말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4연전 마지막 경기 상황. 팽팽한 투수전으로 펼쳐진 그날 경기에서, 다저스의 푸이그는 0-0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커티스 파츠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는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다저스타디움은 열광에 빠진 가운데 푸이그는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던 푸이그는 난데없이 홈에서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 충분히 상대를 자극할 만한 행동이었다. 더욱이 당사자가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신인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게다가 푸이그의 다소 과한 행동들은 그의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지금까지도 줄곧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시내티에서 벌어진 다저스와의 3연전을 앞둔 전 날, 추신수는 “아무래도 푸이그에게 빈볼이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다저스타디움에서 행해진 푸이그의 세리머니를 문제 삼아 투수들 사이에서 ‘푸이그에게 빈볼을 던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대화가 오가는 것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3연전의 첫 날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둘째 날. 신시내티의 선발 맷 레이토스는 1회 초 첫 타석에 들어선 푸이그를 향해 초구 95마일 직구를 푸이그의 허리 쪽으로 던졌다. 빈볼이었다. 레이토스는 당당히 타석 쪽으로 걸어 나갔으나, 푸이그는 묵묵히 1루로 걸어 나갈 뿐이었다. 다저스 코칭스태프나 주심 역시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무런 항의나 경고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푸이그에 대한 신시내티의 빈볼 사건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추신수와 류현진의 삼겹살 회식이 열린 날. 추신수에게 그에 관한 사연을 들었는지 류현진도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다른 선수들은 미처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벨리사리오는 눈치를 챘다”고 말했다. 외야 쪽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벨리사리오가 레이토스의 투구 모습을 보고 알아챈 것이다.
포스트시즌을 논외로 하면 올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이제 없다. 벨리사리오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동료들에게 전달했는지도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들에게 진 빚은 꼭 갚기 마련이다. 다저스와 신시내티의 다음 맞대결에 또 하나의 흥밋거리가 생긴 셈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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