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으로 지난 6일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전 서울지검 강력부 홍경령 검사(38).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독직폭행 및 가혹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홍 전 검사는 최근 면회 온 몇몇 이들에서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는 것. 자신을 ‘살인 공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친정(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한 강한 ‘항의’의 표시인 셈이다. 검사 신분에서 하루 아침에 피의자 신세로 전락한 홍 전 검사는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꺼낸다고 한다.
그를 면회한 가족과 변호인 등의 전언을 통해 옥중 심경을 들어봤다. 홍전 검사의 큰형인 준영씨(48)는 동생이 수감된 후 두 번 면회를 다녀왔다. 대구에서 의료기기 유통업을 하는 준영씨가 첫 번째 면회를 갔을 때, 홍 전 검사는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꿈꾸고 있는 것만 같다”며 눈앞에 펼쳐진 ‘악몽’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한다.
홍 전 검사는 또 “형님, 너무 걱정 마시고, 대구에서 여기까지 오다가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자주 면회오지 말라”며 오히려 준영씨를 챙기더라는 것. 그러면서 “엄마 잘 보살펴달라. 그렇지 않아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 놀라게 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67) 걱정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 얘기를 할 때는 또다시 홍 전 검사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고. “원체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동생이기에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며 준영씨도 울먹였다.
준영씨가 두 번째 면회를 다녀온 것은 지난 15일. 새벽 5시 대구를 출발, 오전 10시 반께 성동구치소에 도착했다. 기다림의 시간만큼 할 얘기도 많았지만 5분 정도의 짧은 면회시간 동안 서로의 안부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홍 전 검사의 어머니도 처음 면회를 갔다. “경령이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며 준영씨와 함께 상경했던 것.
어머니는 면회실로 나오는 수척해진 막내아들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렸다. “의사나 돼 가지고 돈이나 벌지, 왜 검사 한다고 해서 이런 꼴을 당하느냐”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 앞에서 홍 전 검사는 그저 “어머니,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준영씨는 “경령이가 잠도 잘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해선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밤잠을 설친 데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인지 눈가가 부어 있었다는 게 준영씨 전언. 준영씨는 “솔직히 제 동생한테 돌을 던질 수 있는 공직자는 없다”며 “부하직원의 실수니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표를 쓰면 몰라도 어떻게 살인 공범으로 함께 몰 수 있냐”고 비통해했다.
홍 전 검사는 구속되기 직전 준영씨한테 전화를 걸어 흐느끼는 목소리로 “내가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처럼 매도당하고 있다”며 자신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홍 전 검사의 아내는 임신 3개월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의 매일 면회를 다녀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며칠 전 홍 전 검사는 아내에게 불쑥 “너무 자주 면회오지 말라”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음날 면회를 오자 “일도 바쁘니까 자주 면회오지 말라는데 왜 자꾸 오느냐”며 벌컥 화를 냈다는 것.
홍 전 검사와 5년 전 연애결혼한 부인은 현재 서울대학교 미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대학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다. 게다가 두 딸(두 살•다섯 살)도 직접 돌봐야 한다.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홍 전 검사였기에 아내의 잦은 면회를 막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령이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제수씨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다”는 게 준영씨의 짐작. 홍 전 검사 부인은 시댁 식구들 앞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애 아빠를 믿는다. 애 아빠는 고문을 지시할 성격이 아니다.
이런 사람을 살인 공범이라고 지탄하는 건 너무 심하다”며 연신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무료 변론에 나선 홍 전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29명 가운데 박재영 변호사도 자주 면회를 가는 편이다. 박 변호사는 “홍 검사는 피의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을 살인 공범으로 모는 것에 대해서는 분해서인지 울더라”고 전했다.
한편 얼마 전 홍 전 검사가 수감된 성동구치소에서 장시간 면회를 하고 돌아온 관계자에 따르면, 홍 전 검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방향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아직 울분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난 이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와신상담’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검사에게 적용된 ‘독직폭행’ 혐의의 형량은 최하 징역 3년에서 최고 무기징역. 홍 전 검사는 담당검사로서 자신의 책임은 통감하지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앞으로 재판에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전 검사 또한 최근 들어 조금씩 감정을 추스르면서 재판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나선 경찰, 경호처에 막혀 진입 실패
온라인 기사 ( 2024.12.12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