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상 3∼4%의 지지도인 이한동은 대권도전에 나서기 어렵고, 고건은 출신지역의 한계가 있다. 창당에는 인간문화재급인 DJ는 특유의 외곽 때리기를 통해 국민대연합이라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반발과 지지도 추이, J모 의원의 거품 관리(여부)에 따라 노무현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어 안개 정국이다.”
한나라당 정보통인 정형근 의원은 지난 9일 당 소속 의원·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무소속 정몽준 의원을 J모 의원으로 공개적으로 지칭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DJ와 핵심측근이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한계를 느끼고 월드컵 이후 급상승세를 타는 정 의원으로 후보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정형근 의원 주장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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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올해 대선정국에 메가톤급 핵폭탄으로 작용할 만한 내용이다. 물론 민주당은 즉각 부인했고 당사자인 정몽준(MJ) 의원도 “매사를 음모나 공작으로 보는 더러운 정쟁”이라고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토로했다.
정형근 의원이 제기한 여권 시나리오의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MJ가 기존의 대선지형을 통째로 뒤흔들 ‘제3의 변수’로 굳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반응만 봐도 그렇다. 그간 가급적 MJ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해온 기존 태도와 확연히 달라졌다. 공공연하게 김 대통령의 마음이 MJ쪽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중진의원은 “노무현은 두가지 점에서 용도폐기된 카드가 됐다. 첫째는 노무현의 지지도가 떨어져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게 됐다는 점이고 둘째는 노무현이 퇴임 이후 DJ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노무현이 DJ의 아들 비리와 아태재단 해체문제 등에 대해서 강공으로 돌아서면서 여권 핵심의 마음이 변했다. 노무현의 대안은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급상승한 MJ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MJ의 지지율 상승 곡선은 가파르다. 지난 8일 실시된 TN소프레스 조사에서 민주당이 창당하는 신당후보로 나설 경우 MJ는 43.3%의 지지율을 기록, 39.6%에 그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제쳤다. 한나라당이 두려움을 느낄 만한 기세다.
그러나 MJ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결정된 게 아니다. MJ본인도 올해 대선 출마 의지는 굳힌 듯하지만 구체적 행보는 삼가고 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몽준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측 신당 참여 의사를 질문받고 “기자들은 신당 참여와 후보 결심을 같은 것으로 보는데 반드시 같은 것인지 내 자신은 모르겠다”며 “신당은 민주당 내부문제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후보결심은 (신당의) 영향은 받겠지만 어느 정도는 독자적으로 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누가 대통령이 돼도 후보시절부터 초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인제, 박근혜 의원도 같은 의원이니 자주 만나야죠”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인 것. 사실 MJ 영입을 위해 선을 대려는 정파들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민주당의 경우 노무현 후보, 한화갑 대표, 이인제 의원, 동교동 구파 등 다양한 세력들이 MJ와의 파트너십을 노리고 있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개혁파의 경우 장영달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대한축구협회 수석부회장인 장 의원은 최근 사견임을 전제, “노무현정몽준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 그게 국민이 원하는 바다. 재경선 문제도 우선은 노무현과 정몽준간의 양자 정치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위 ‘3김식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다수 국민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이미지를 갖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리다. 노 후보측도 정 의원이 경선 파트너가 아닌 후원자로서 합류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반면 이인제 의원측은 ‘정몽준 대통령 후보이인제 대표’카드를 들고 MJ측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 의원의 한 측근 의원은 “IJ가 그리는 신당 후보는 MJ다. MJ말고는 현실적으로 경쟁력있는 대선 후보는 없다. 다른 사람은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다. IJ는 이번 대선은 포기한 사람이다. 따라서 신당을 만들어도 MJ를 영입하지 않으면 대선승리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동교동 구파도 오래 전부터 MJ영입을 추진해왔다. 권노갑 전 고문의 측근인 박양수 의원 등은 지난 99년부터 MJ의 민주당 영입을 타진해왔고 지금도 물밑작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J가 지난 7월14일 수감중인 권 전 고문을 면회했던 것을 두고 양자간에 신당참여 문제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는 풍설이 돌기도 했다. 물론 MJ는 인천공항 간담회에서 “권 전 고문은 13대 때부터 만났는데 국방위에서 서로 친해졌다. 연세가 많고 고생하니까 위로하러 갔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화갑 대표측도 노 후보에게 집착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당 창당후 MJ가 합류하면 백지상태에서 대선후보를 재선출하자는 분위기다. 바로 이 같은 기류가 한나라당이 “DJ가 정몽준으로 말을 바꿔 타려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권 전 고문 중심의 동교동계 구파와 한 대표가 이끄는 동교동계 신파가 MJ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화해’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8·8재보선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김상현 의원이 민주당내 비동교동계를 결속시켜 노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동교동계가 ‘MJ후보’카드로 뭉치는 역결속 현상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복잡한 정치지형속에서 MJ는 대선출마에 대한 의지를 굳히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가족, 친지 등도 당초에는 대선출마에 강력반대했으나 상당히 누그러지는 추세로 알려졌다.
MJ의 부인 김영명씨도 ‘절대 반대’ 입장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MJ는 인천공항 간담회에서 “워싱턴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출마를 반대해온 우리 집사람 반대를 설득해 중립으로 변하게 했다’고 말한 것을 미국에 뒤늦게 온 집사람이 비행기 승무원에게 듣고 나에게 ‘이제 반대로 돌아서야겠다’고 말하더라”고 농담을 하면서 그간 부인을 설득해왔음을 내비쳤다.
“대선에 나갔다가 지면 현대그룹이 흔들린다”고 강력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 형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최근 “우리는 형제”라고 말할 정도로 미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MJ가 출사표를 던질 경우 ‘재벌 2세’라는 약점 등이 단박에 도마 위에 오르고, 한나라당은 물론 삼성 등 다른 재벌들까지 공격에 가담할 것이라는 점은 MJ가 안고 있는 최대의 부담이다.
더욱이 대권도전이 실패로 끝날 경우 그 결과는 치명적일 공산이 높다. 따라서 MJ는 대선정국 막판까지 이같이 복잡한 변수들에 대한 저울질을 거듭하면서 최종 선택을 미뤄둘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