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비난 피하려…
민주당의 한 베테랑 보좌관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고위 공무원 및 공공기관장 인사 행태에 대해 이처럼 거칠게 비판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실망스러운 인물들이 기용되는 것도 모자라, 소리 소문 없이 인선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는 얘기였다. 이 보좌관은 “정권 출범 초기에는 대대적인 물갈이로 국정을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사 발표를 적극 활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인사 발표를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인사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듯하다”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청와대와 정부에 흠집을 내야 하는 야당 인사의 평가이지만, 이 보좌관의 주장을 영 근거가 없는 정치공세라고만 몰아붙일 수는 없을 듯하다. 9월 들어 하나둘씩 이뤄지고 있는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장 인사 결과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조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일부 공공기관장 인사 결과를 두고 ‘낙하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타깃이 된 인사는 최경수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이다. 옛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최 이사장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고, 친박계 원로들의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게다가 공식 발표 전에 금융위원회가 내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상무 농어촌공사 신임 사장 역시 공모 절차 진행 도중 취임 계획서가 나돌아 ‘내락설’을 자초했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신임 원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등은 대선 때 공을 세운 새누리당 의원 출신들이다.
공공기관장은 아니지만 유영익 신임 국사편찬위원장은 일제의 식민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부적격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시범케이스로 뭇매를 맞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대부분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