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2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조선만평’. 이 날 만평 은 ‘걸기대’라는 단어의 의미를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 하지 못해 혼동을 빚었다. | ||
마침 선거가 치러진 19일과 20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는 의미를 ‘알 듯 모를 듯한’ 만평과 만화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먼저 2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조선만평’. 이 날 만평은 ‘걸기대’라는 단어의 의미를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동을 빚었다.
만평의 내용은 충청권 사람들이 ‘경축 노무현 후보 대통령 당선’이라는 플래카드를 전봇대에 걸며 기뻐하는 모습. 왼쪽 상단에는 ‘걸 기대!!’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내부의 일부 기자조차 만평이 전달하는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편집국 기자는 만평에 대해 “수도권 이전을 기대하면서 충청권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걸기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독자서비스센터의 한 기자는 ‘걸기대’에 대해 “그림에서처럼 아마 플래카드를 ‘걸’게 될 기대 심리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신경무 화백이 밝힌 ‘걸기대’는 ‘보통명사’라는 것. 신 화백은 “많이 쓰는 용어인데 몰랐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사전에 나오는 ‘걸기대’의 뜻은 ‘기대하기 바람’. 다시말해 ‘개봉박두’‘기대하시라’라는 뜻인 셈이다.
신 화백은 “편집국 안에도 모르는 기자가 있더라”는 말에 “회의까지 다 거친 내용인데 모를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만평의 의미에 대해서도 “충청권의 민심을 담은 그림 그대로”라며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말했다.
‘조선만평’이 단어의 뜻을 몰라 ‘해프닝’을 빚었다면 19일치 <중앙일보> ‘왈순아지매’는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던 경우. 이 네 컷 만화는 “박(朴), 전(全), 노(盧), YS, DJ 때 투표했는데 내가 찍은 후보는 한 사람만 당선되고 다 떨어졌다”는 어느 노인의 말로 시작된다.
그런 뒤 이 노인은 투표를 하며 “이번엔 꼭 돼야”라고 말한다. 한 독자는 “무슨 뜻인지 몰라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보니 기자 역시 ‘무슨 뜻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이 독자는 “전화받은 기자가 다른 기자에 의미를 물어보더니 ‘굳이 풀어보자면 이번엔 될 사람을 찍자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 19일치 <중앙일보> ‘왈순아지매’(왼쪽), <동아 일보> 19일치 ‘나대로 선생’ | ||
정 화백은 만화 주인공이 말하는 “‘내가 찍은 후보 중 당선된 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다섯 명 중 세 명은 군인이고 나머지 두 명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지막 컷에서 “이번엔 꼭 돼야”한다고 언급한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누구라고 꼭 얘기해야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 화백은 이날 만화에서 ‘작은 실수’를 하나 했다.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과정을 두고 “투표를 했다”고 한 것. 정 화백은 이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들 두 신문에 비해 <동아일보> 19일치 만화 ‘나대로 선생’은 매우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빗자루를 들고 유세했던 장세동 후보가 사퇴한 것을 언급하면서 “부패 청소가 급한데 빗자루 맡길 사람(을) 선택”하자는 것. 한 번만 생각해보면 ‘나대로 선생’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금방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19일 아침까지만 해도 이렇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던 <동아일보>는 이 날 저녁 사설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먼저 개표가 채 시작되기 전인 19일 오후 6시 4분 ‘동아닷컴’에 올라온 사설.
‘대선전이 이렇게 희화화돼서야’라는 제목의 이 사설에 따르면 ‘대선전을 희화화’한 사람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다. 사설은 두 사람의 ‘공조 파기’에 대해 “국민은 철저하게 우롱당했다”며 “두 집단이 유권자들에게 던져준 혼란과 허탈감은 너무도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대통령 선거를) 마치 한 편의 사기극이나 코미디 정도로 격하시킨 두 사람에게 국민은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백자 원고지 5매 분량인 이 사설에서 ‘노-정 파기’ 비난에 할애한 분량은 모두 1.9매. 그러나 정확히 6시간 만에 이 사설은 다시 씌어졌다.
당선자가 노무현 후보로 확정된 뒤인 20일 0시 4분, <동아일보> 홈페이지에 다시 올라온 사설은 ‘노-정 공조파기’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로 줄었다. “노 당선자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간의 선거 공조와 파기는 우리 정치의 가벼움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이 비난의 전부다. 논조는 ‘지역갈등과 세대간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선거였다’는 것. 제목도 ‘제대로된 선거 이렇게 힘든가’로 바뀌었다.
20일 아침 ‘나대로 선생’도 ‘夢(꿈) 없이도/ 꿈★을 이루다’라며 노무현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