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불협화음 ‘별’ 볼일 없어질라
# 강동원 참석 막았나?
강동원
본래 영화제 측은 화려한 개막식을 위해 스타들을 참석시키려는 섭외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스타급 배우들도 영화 촬영 등 어지간한 일정이 없으면 개막식에 참석하는 편이라 섭외는 다소 수월해진 편이다.
게다가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홍보를 위한 최고의 공간이다. 전국의 영화팬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영화 수요층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가 가능하고 내외신 기자들도 대거 부산을 찾기 때문에 언론 홍보도 손쉽게 이뤄진다. 스타들이 먼저 가고 싶어 하는 영화제, 영화 홍보를 위한 최고의 이벤트인 영화제 등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파워 가운데 하나다.
올해 개막식을 앞두고 배우 강동원이 영화제 측으로부터 불참 통보를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본래 강동원은 3일 개막식엔 참석하지 않고 4일로 예정된 영화 <더 엑스> GV(관객과의 대화) 등의 행사에만 참석할 예정이었다. 영화 <군도> 촬영 스케줄 때문이다. 그런데 강동원 측은 영화제 측에서 개막식에 불참할 것이라면 GV에도 참석하지 말라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반면 영화제 측은 오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선 강동원의 사례는 그가 톱스타이기에 겉으로 불거진 것일 뿐 비슷한 상황이 종종 연출되곤 했다고 한다. 해운대에서 만난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계에서 부산영화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스타급 배우들도 끌려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며 “괜히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나중에 애매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화제가 영화계에서 갑이다 갑, 슈퍼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불협화음으로 인해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배우들이 부산영화제에 등을 돌리기 시작할 경우 부산영화제는 지금의 화려함을 잃어버릴 수 있다. 강동원 파문은 영화제에 대한 배우와 연예기획사들의 불만을 겉으로 표출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부산국제영화제는 젊은 층이 열광하는 축제다. 아무래도 영화와 스타들이 중심인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젊은 층의 관심과 열기를 활용하려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마치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당시 대선 후보인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이 모두 개막식을 찾았다. 젊은 층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영화제인 데다 부산은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승부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문재인 의원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더 화려했다. 문성근 이창동 감독 정지영 감독 등 친노 영화인들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총출동해 문재인 후보의 영화제 방문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정부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개막식엔 참석하진 않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직접 부산을 찾아 영화제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영화인의 축제에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관행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엔 또 한 명의 유력 정치인 안철수 의원이 참석했다.
# 부산 시민들은 외면하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면 해운대는 여름 휴가철에 이은 또 한 번의 관광 성수기를 맞이한다. 당연히 해운대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선 부산영화제가 매우 반가운 행사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해운대 등 인근 관광지를 제외한 부산 지역에선 영화제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영화제에 시큰둥한 분위기였다. 한 택시 기사는 “그날(개막식 당일)은 차가 많이 막혀 해운대 쪽으론 아예 가지 않으려 한다”면서 “부산 시민들은 영화제에 별다른 관심 없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가 처음 시작될 당시 그 중심은 남포동이었으며 당시엔 부산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을 바탕으로 영화제가 열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관광지인 해운대로 영화제의 중심이 옮겨진 뒤 부산영화제는 부산 시민의 축제에서 관광 이벤트로 바뀌고 말았다.
남포동은 부산극장, 국도극장, 제일극장 등 대형 극장이 몰려있어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 1번지였다. 당연히 처음 부산영화제도 남포동에서 시작됐다. 그렇지만 2002년부터 영화제는 남포동과 해운대로 나뉘어 열리기 시작했고 이후 남포동은 영화제에서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했다. 2011년엔 사실상 남포동이 영화제에서 전면 배제됐다. 상징적인 의미로 영화제 전야제가 남포동에서 열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처럼 남포동이 영화제에서 외면 받으면서 부산 시민들의 영화제에 대한 외면도 심해졌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조금씩 남포동에서의 행사와 상영작 상영이 늘어났다. 남포동 BIFF광장에서 각종 야외 행사들도 다양하게 마련돼 부산을 찾는 스타들도 여럿 남포동을 찾는다. 이런 조치가 부산영화제에 등 돌린 부산 시민들의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