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집안싸움’ 드러날까
올해 국감에선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이 역대 최고인 200명에 이른다. 사진은 2011년 국감 모습. 일요신문 DB
우선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상용 영보엔지니어링 대표,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과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영보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에 휴대전화용 배터리팩 등을 공급하는 업체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인 김상용 대표가 지분 29.6%(8만 4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녀 이순희 씨의 장남이다.
야당 의원들은 영보엔지니어링이 삼성전자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친족회사와의 거래 비중을 놓고 볼 때 사실상 내부거래가 아니냐고 따질 태세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총수 친인척 회사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방지 장치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도 내부거래 비중이 35% 안팎으로 규제 대상이다.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43.4%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해당하더라도 효율성 증대·보안성·긴급성 등 3대 요건에 해당되면 법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공정을 놓고 볼 때 현대글로비스가 제외 사유 중 효율성 증대에 해당되느냐가 관건이다. 야당 의원들은 공정위를 향해 규제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위와 환경노동위도 초점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은 불산 누출 사고 등을 이유로 산업통상자원위와 환경노동위에 동시 호출됐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에 대해 설명하라는 게 주문이다.
당초 두 법은 삼성전자 공장 등에서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르자 화학물질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취지로 입법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 사고 발생시 해당기업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재계가 “사고 한번 내면 문을 닫으란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해 최종적으론 ‘해당 사업장 매출의 5%’로 수정됐다. 두 경제단체의 부회장은 국감 증인 출석에 대비해 ‘열공’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교육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녀의 영훈국제중학교 부정비리 입학 문제로 민주당이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증인으로 채택될지는 두고봐야 할 상황이다.
오너 일가의 ‘집안싸움’도 국감장에서 드러날 수 있다. 정무위는 최근 검찰이 불법차명거래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차명거래와 관련해 회사를 나간 조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법무법인 현 고문변호사)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야말로 아버지의 치부를 아들이 드러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동양그룹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에 관련된 이혜경 부회장과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도 추가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은 부부고,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창업주의 장녀다.
동양그룹 사태가 악화된 배경에 사위 회장과, 그를 견제했던 부인 부회장의 알력다툼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서로 출석하는 날이 달라 국감장에 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는 진풍경을 볼 수는 없겠지만, 대기업 오너 부부의 동시 증인채택 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