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선봉 ‘MB 지우기’ 거침없다
동양그룹 본사(왼쪽), 효성그룹 본사.연합뉴스
앞서 특수1부는 LIG그룹의 사기성 CP발행 사건을 수사해 구자원 회장(78)을 기소했고 구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구 회장의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특수2부는 CJ그룹 해외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 등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했다.
동양그룹과 효성그룹 수사에 앞서 이들 부서들은 유사한 대형사건을 이미 수사해 성과를 낸 전력이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1568억 원 상당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뒤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해 고객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동양증권이 100% 지분을 보유한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최근 (주)동양에서 350억 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 원 등을 각각 빌린 뒤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에 290억 원, 동양레저에 420억 원 등을 대출해 준 데 현 회장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역시 동양그룹 계열사 간 자금거래에서 수상한 흐름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금감원은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특별조사를 벌이고 있다.
효성그룹의 혐의는 ‘국세청의 대검 중수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5월부터 벌인 특별세무조사에서 일부 포착됐다.
서울국세청은 효성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로 발생한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숨기고 손실을 10여 년 동안 매년 조금씩 메우는 방식으로 1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하면서 수천억 원대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석래 회장(60)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 회장 일가는 1000억 원 차명 재산을 보유·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 등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효성그룹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조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 씨 등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클래스효성’의 2대 주주인 김재훈 씨도 지난 2007년 골드만삭스 싱가포르지점을 통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디베스트인베스트먼트(D-Best Investments)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기도 했다.
효성그룹과 관련한 해외 페이퍼컴퍼니가 주목받는 이유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앞서 2008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고급주택과 콘도 2채 등을 구입하면서 효성그룹의 미국 현지법인 효성아메리카 자금 550만 달러를 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집행유예형이 확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국내 차명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세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관리해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동양그룹과 효성그룹이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동양(주)에서 클린경영팀장(전무)을 맡고 있는 A 씨는 대표적인 ‘MB맨’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A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자에게 제기된 황제테니스 논란, 병역 의혹, BBK사건을 방어하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 서울시장 법률고문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효성그룹은 이미 알려진 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지난 1월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측근들은 배제시켰지만 조현준 효성 사장(45)을 사면 명단에 포함시켜 논란이 일었다. 조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41)과 사촌지간이다.
검찰이 대검 중수부의 대체 조직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이들 사건을 수사하도록 함으로써 정·재계를 향한 ‘사정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혼외 아들 논란’으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54) 사태 이후 검찰이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진 수사결과를 내놓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 전 총장 사태 이후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 단계에서 진행 중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채 전 총장 임명 당시와 달리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경우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친정체제’ 구축이 사실상 완료될 전망이다.
이 경우 대검 중수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에 따른 방향제시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동양그룹과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MB정부 지우기’의 일환으로 시작됐다면 수사의 후폭풍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