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해체설 뒤 부모들 입김 있었다
카라는 멤버 니콜의 탈퇴로 해체설 등 온갖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서울
그들은 보통 “소속사가 지원해주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간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해 소속사도 할 말은 있다. 아이돌 그룹이 뜬다는 보장이 없고, 그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뜬다는 약속도 없기 때문이다.
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전까지 소속사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5인조 아이돌 그룹이 음원 하나를 발표하고 한 달 정도 활동하려면 최소한 3억 원이 필요하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무대에 설 때마다 적자폭이 커진다.
아이돌을 보유한 기획사 실장은 “무명 그룹을 2년 정도 보유하고 있으면 1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 손해를 보면서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세우는 것은 인지도를 쌓아 행사를 잡기 위해서다. 물론 신인 때는 행사 비용도 높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스타가 되면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속사의 노력을 보며 고생한다며 투자해줄 부모는 없다. 한 신인 그룹 멤버의 부모는 오히려 “왜 내 자식을 띄우지 못하냐”며 소속사를 탓하기도 했다.
A 그룹의 경우 멤버 B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대단히 컸다. B의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멤버들의 부모에게도 전파하며 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이제는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나이도 20대 중반을 넘어선 B가 직접 목소리를 내며 아버지를 만류하고 있지만 B의 아버지는 A 그룹의 소속사가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최근 해체설 및 멤버 하차설에 시달리고 있는 걸그룹 카라의 경우 2년 전에도 비슷한 내홍을 겪었다. 구하라 박규리를 제외한 강지영 니콜 한승연 등이 소속사인 DSP미디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일본을 쥐락펴락하던 카라의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시 니콜의 엄마인 김 아무개 씨는 전속계약 해지 소송의 중심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 씨는 트위터에 “돈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도박하는 부모는 없다. 자식이 그토록 피땀으로 만든 오늘의 영광을 스스로의 손으로 돈 때문에 무너뜨리는 부모는 없다”고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표했다.
당시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낸 카라 3인의 부모와 DSP미디어가 직접 만나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카라는 5인조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다시금 카라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면서 몇몇 멤버들의 부모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자칫 부모가 소속사와 소속 가수의 싸움을 부추기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도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양측이 원만히 사태를 수습해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얻게 되면 분명 금전적으로 풍족해지고 삶의 질도 상승한다. 하지만 서로의 갈등은 증폭된다. 왜일까?
인기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몇몇 그룹은 ‘OOO의 그룹’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 편중이 심각하다. 혼자서도 능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데 다른 멤버까지 책임지면서 수익을 나눠 갖는 것에 불만을 품는 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신화
통상 아이돌 가수들의 수명은 4~5년 정도로 본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HOT, SES 등도 5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는 그들의 재계약 시점과도 맞물린다. 같은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5년 후 각 멤버들의 위상은 다르다. 때문에 기존 소속사가 제시하는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멤버가 생긴다. 이는 결국 그룹의 해체로 이어진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요즘 연예기획사는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포미닛, 비스트 등이 속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주기적으로 부모들을 초대해 각 그룹의 정산 내역을 공개한 후 간담회를 가진다.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자는 취지다.
가요계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한 중견 매니저는 “부모에게는 자기 자식이 최고다. 때문에 다른 멤버의 인기가 더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객관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런 틀에 박힌 사고가 그룹 전체를 멍들게 한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부모가 회사에 다니는 자녀들의 사규를 바꾸지 못하듯, 전문 매니지먼트의 내부 방침과 지침을 믿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