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에서 구입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한 도 청장비 모델의 이름이 카탈로그(위)와 보도내용 (아래) 사이에 약간 차이가 있다. | ||
국정원측은 이에 대해 “생산업체로 보도된 뉴욕의 CSS사에 직원을 파견한 결과 그런 장비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며 도청장비 구입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국정원이 도청을 했다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국정원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보안업체들은 대체로 휴대전화의 도청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휴대전화 도청장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고 있으면 가능하다. 디지털신호를 음성신호로 바꾸는 장비만 있으면 잡음 없이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최근 국정원의 휴대전화 도청장비 구입설에 대해 “나는 여러 차례 뉴욕의 CSS사(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도청장비 생산업체)를 방문하여 많은 도청 장비들을 직접 봤다. 그런데 이 회사 모델 중 국정원이 구입했다는 ‘G-COM 2056 CDMA’ 모델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G-COM 2065 CDMA’라는 제품은 있다. 모델 이름이 세 번째와 네 번째 숫자가 바뀌었을 뿐 CSS사의 제품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품과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요신문>은 미국 CSS사에 도청장비를 한국에 판매했는지 확인해보았다. 뉴욕 본사의 수출 매니저 리처드씨는 “우리는 어떤 판매실적도 외부 구매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런던 지사의 관계자 커닝햄씨도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기관만이 우리 회사 제품을 살 수 있다. 일반인은 구입 의뢰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구입하는 곳은 각 나라의 정부 소속 정보기관이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한국에 도청장비를 판매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회사 관계자와 통화하기 전 기자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한 한 직원이 기자에게 “한국인 L씨가 아니냐”고 물었기 때문. 기자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한국인 L씨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과의 거래설에 대해 “어떤 사실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버텼다.
그런데 휴대전화 도청 공포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커지고 있다. 중국의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영국인 P씨는 “여기 중국에서도 휴대전화 도청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아직 중국은 통신 기지국이 많지 않아 휴대전화 도청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지국이 많은 선진국에선 중간에서 휴대전화 전파를 ‘인터셉트’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많은 도청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본다. 내가 살던 영국에서도 휴대전화 도청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씨는 휴대전화 도청에 관한 ‘흥미있는’ 프로그램 하나를 귀띔해주었다.
“영국에서 휴대전화 도청을 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번호를 도청장치에 입력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도청할 때 어떤 특정한 단어가 나오면 자동으로 녹음되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대화 중 ‘IRA’나 ‘알 카에다’ 같은 불온한 단어를 말하면 도청기가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녹음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휴대전화 도청을 우려한 나머지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자메시지 기능은 도청이 안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 하지만 한 보안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도 휴대전화 통화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차이가 없다. 문자메시지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